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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30 20:26 수정 : 2006.05.30 23:46

20세기초 궁핍한 민중 표현한 참여미술 선각자 서울 전시


여인은 불러온 배를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문을 두드린다. 고개 숙인 그의 눈매에 드리운 검은 그늘, 앙다문 입은 다가올 출산, 양육과 생활고에 얽힌 수심을 드러낸다.

판화의 성녀로 불리는 케테 콜비츠(1867~1945)는 1920년 찍은 석판화 〈임산부〉(위쪽)를 통해 1차 세계대전 직후 빈궁한 시대상을 모성의 고통으로 이야기한다.

〈임산부〉를 비롯한 1910~1920년대 당시 콜비츠의 석판, 동판화들을 서울 수송동 갤러리 고도에서 볼 수 있다.

콜비츠는 80년대 한국의 민중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참여미술의 선각자다. 초창기 정밀한 동판화에 농민항쟁이나 파업 등을 형상화하다가 1차 세계대전 때 아들이 전사한 뒤 단순 투박한 선묘의 석판, 목판화에 전쟁, 가난에 고통받는 민중상을 주로 표현하게 된다.

전시 출품작들은 주로 1차 대전 뒤인 1920년대 형성된 콜비츠 특유의 이런 인물 군상들을 보여준다. 흑백의 뚜렷한 대비, 판각 과정의 숨결이 묻은 거칠고 생생한 윤곽선 등을 통해 작가의 고통이나 정서 등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1920년 아들 페터의 6주기를 맞아 남편과 얼싸안으며 아들의 부재를 슬퍼하는 모습을 담은 〈부모〉, 포옹하는 두 청년의 눈 사이에 오가는 강렬한 시선을 부각시킨 〈의형제를 맺다〉는 작가 특유의 직설적 표현이 두드러진 수작이다.

영양실조로 젖이 나오지 않는 앙상한 여인이 아이를 안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절규하는 〈배고픔〉(아래쪽)과 얼굴상이 찌그러진 자화상 등도 인상적이다. 콜비츠 판화의 강점은 단순명쾌하고 거친 선묘로 인도주의적인 주제를 직설적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작가의 심리 상태를 부각시키는 절제된 판각기법과 시각적 진실함이 독창적인 힘을 발산한다. 6월6일까지. (02)720-2223~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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