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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7 21:03 수정 : 2006.06.27 21:03

20세기 미술 거장전 나란히

미술사의 거장들도 사람이다. 세인들의 찬사, 치솟는 그림 값이 그들을 신화의 반석에 추어올렸지만, 그 누구도 생전 질투, 욕망, 고독에 몸부림치는 ‘인간 조건’을 벗어나지 못했다. 세기의 미술천재이자 호색한, 휴머니스트, 미치광이로 일컬어졌던 스페인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소심하고 자폐적인 성격으로 작품에 끊임없이 장막을 쳤던 라트비아 출신 뉴욕인 마크 로스코(1903~70). 신화의 너울을 걷고 두 대가의 인간적 속내를 내보이는 두 전시마당이 월드컵 증후군을 달래준다.

마크 로스코 ‘숭고의 미학’
자살한 뉴요커의 자폐적 내면…감성·정신 그린 색면추상 대가

진공청소기 같은 그림?=윤곽이 보이지 않는 여러 색조의 사각형 색면들이 미묘한 경계를 이루며 떠다니는 그림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한구석 블랙박스 전시장에 내걸린 로스코의 전성기 색면 추상화는 관객들의 잡념을 가만가만 빨아들인다.

22일 개막한 ‘마크 로스코-숭고의 미학’전(9월10일까지·02-2014-6901)은 소심했던 이 작가의 초창기~말기 작업의 흐름들을 망라한 27점의 수작들을 내놓았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품들이다. 로스코는 폴록의 액션 페인팅처럼 추상표현주의 계열이지만, 화면에 입힌 색깔이 내는 감정의 울림, 카타르시스에 평생 집착했다.

사물의 모방이나 재현을 배제하는 역설로써 재현할 수 없는 숭고한 감정과 정서를 일으키는 주제를 내세운 그림이다. 전시는 재현을 거부하고, 인간 감성과 정신세계를 색채 자체로 표현하게 되는 작가적 편력을 초창기 구상부터 후반기 색면추상 대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쭉정이처럼 메마른 플랫폼의 인간 군상을 그린 〈지하철 판타지〉를 비롯해 〈거리풍경〉, 〈모자쓴 여자의 초상화〉 등 30~40년대 구상 그림과 초현실주의적 그림들이 눈을 끈다.

40년대 말부터 자살 직전인 70년까지의 전성기 색면화 작업들로는 진홍색, 붉은색 물감덩어리들이 아롱진 〈No.9〉(오른쪽), 60년대 어두운 진회색·검은빛 색면추상 그림, 박동하는 심장의 붉은 피 같은 70년작 〈무제〉 등이 나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미니멀, 팝아트류와 달리 색면추상화가들의 그림은 진지한 미학적 종교적 분위기를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 ‘위대한 세기’
국내 최다 140여점…선배 거장들 질투 담은 패러디작 재미

미술사의 날강도?=피카소는 현대미술의 비조인 입체파를 창안한 혁명아였지만, 항상 벨라스케스 같은 미술사의 선배 거장들을 질투하고 의식하면서 ‘날강도처럼’ 그들 작품을 뜯어서 해체하곤 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세기 피카소’전(9월3일까지·02-724-2900)은 이런 맥락에서 감상하는 재미가 솔깃하다. 국내 피카소 전시사상 가장 많은 140여점의 작품을 작가의 전 시대를 통틀어 출품했다는 주최 쪽 자랑보다 역대 미술사 거장들에 느꼈던 질투와 경외심, 승부욕이 깃든 판화 연작 등을 주시해야 할 이유다. 전시장 말미에 있는, 1968년부터 72년 사망 직전까지 작업한 〈무쟁의 156 판화집〉의 작품들은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의 복장을 입은 피카소 자화상이 알몸의 모델을 응시하며 그리는 모습 등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현란한 선으로 묘사한다. 50~60년대 명화 패러디에 몰두하던 시절 작품들도 흥미롭다.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연인들〉을 마치 마티스 그림풍으로 슬쩍 틀어 그린 작업들(왼쪽), 형상이 꾸물꾸물 불어터진 모습으로 재현한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등에서 옛 거장에 대한 노골적인 경쟁심 따위가 보인다. 여성 편력을 드러내주는 〈프랑수아즈의 얼굴〉, 〈우는 여인〉 같은 동거녀를 모델삼은 작업들과 〈솔레르씨 가족〉, 〈모성〉 등 청색시대 주요 작품들도 볼 수 있다. 피카소 주변 인물들을 전시 주제로 삼은 것은 좋았으나 시기별 작업들이 여기저기 뒤섞이면서 구성은 오히려 산만한 편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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