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9 14:50
수정 : 2006.06.29 14:50
나는 지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서 있다. 귓가에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그루브가 넘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에 취해 어깨가 점점 들썩이고 급기야 나는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주위의 사물들은 모두 동물원의 원숭이, 코끼리, 사자 등의 동물로 변해 있고 모두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이것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거의 춤을 추기 직전의 상태까지 갔었다.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나를 이런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몽구스의
이다. 전작 가 실험성이 강한 매니아 성향의 앨범이었다면 이번 는 ‘만인을 위한 춤곡’이라 부를 만하다. 이런 앨범의 성격은 2번 트랙 'Michael Jackson'에서 잘 나타나 있다.
라디오 주파수타고 춤추고 노래하고 문-워킹
화려한 태양의 춤보다 취한 골방의 댄싱스타
모두 함께 몽구스와 춤춰요
전체적으로 흥겨운 분위로 진행되는 이 앨범에서 ‘나빗가루 립스틱’은 홍일점과 같은 곡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따온 듯한 노랫말 ‘나빌레라’가 반복되어 운율을 형성하고 보컬의 애절한 목소리가 예쁜 노랫말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나빗가루 립스틱 떨리는 그 숨비소리
설레던 시월의 웃음은 숨결로 이 밤에 나빌레라.
짧았던 여름 지나가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숨죽여 취하며 울었던 노래들 모두 다 기억해요.
'Michael Jackson'에서 시작되어 ‘나빗가루 립스틱’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시작된 춤은 ‘마지막 도마뱀’에서 절정을 이룬다. 베이스리프가 전면에 나서 탬버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그루브를 형성하여 듣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아직까지 베이스란 악기의 매력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곡이라 할 수 있다.
잠시도 한눈 팔 사이 없이 진행된 무도회가 끝나고 고개를 들어 무대에서 끝인사를 하는 ‘몽구스’를 살펴보면 놀라움은 배가 된다. 바로 밴드에 기타가 없는 것이다. 오직 베이스와 키보드, 드럼만으로 이처럼 흡입력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작년에 국내 최초로 ‘기타 없는 피아노 락’을 내놓았던 ‘오메가3’의 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분명 이 앨범을 통해 부족한 2%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성숙한 가사를 선보인 ‘몽구스'는 척박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새로이 발견한 보석 같은 존재이다. 이들의 성장으로 우리 대중음악이 더욱 풍요로워 지기를 기대해 본다.
수록곡 1. New song 2. Michael Jackson 3. 나빗가루 립스틱 4. 오늘이 바로 내 5. I wanna kiss you 6. 마지막 도마뱀 7. Honey moon8. 춤추는 동물원9. Suchard king chant10. Stereo Waltz11. I'm a monster전곡 작사/작곡: 몽구스프로듀서: 전석호superstarsrecord
*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모던록 앨범부문 수상작
마지막 트랙 ‘I'm a monster'의 8분 30초쯤 되는 부분에 히든 트랙이 숨어 있다.
덧붙여 에서 몽구스 울음소리로 추정되는(?) 동물울음소리는
보컬이 입으로 직접 내는 소리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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