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9 22:00
수정 : 2006.07.09 22:06
‘오! 당신…’ ‘김종욱’ 잇단 성공
일약 대학로 ‘스타’로
국악·국문 전공 살린 ‘독창성’
이번 작품은 코믹 사극 버전
‘키스 미 타이거’ 무대 올릴 연출 장유정·작곡 김혜성
만드는 뮤지컬마다 팬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젊은 연출가 장유정(30), 작곡가 김혜성(25) 콤비. 이들은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뮤지컬’을 만든다. 장유정이 서른살이 되면서 약간의 어폐가 생기긴 했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한국형 청춘뮤지컬’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 뮤지컬단 연습실. 서울시 뮤지컬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키스 미 타이거> 연습이 한창이다. 연습을 지켜보는 눈은 절로 동그래지고, 입꼬리는 올라간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오프닝, 천년의 인연으로 포개는 수미일관식 연출, 코믹하고 힘이 넘치는 탈춤 사위는 유쾌하다. 트로트와 재즈, 힙합과 국악을 넘나드는 경쾌한 멜로디는 단박에 귀에 꽂힌다.
이 작품은 장-김 콤비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 과제물로 만들었던 <송산야화>를 개작한 것. “5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나 만들었던 처녀작이죠. 지금도 우울할 때는 <송산야화> 시디를 틀어놓고 춤을 춰요. 5년이 지난 뒤에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작품이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거든요.”(김혜성)
이들의 작품 세계는 한국적이며 독창적이다. 브로드웨이를 어설프게 흉내내지 않는다. 국문과 출신의 장유정이 국악을 전공한 김혜성을 작곡가로 선택한 것은 우리 것에 대한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삼국유사 이야기 중 하나인 ‘김현 감호설화’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머니가 한국무용을 전공하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판소리에 익숙했고요. 이번 작품은 코믹 사극 뮤지컬이라고 할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희비극이 교차하죠.”(장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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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송산야화>의 잇단 성공으로 장-김 콤비는 일약 대학로의 스타가 됐다. 네이버에서 이름만 치면 얼굴 사진까지 뜰 정도다. 서울예술단이나 서울시 뮤지컬단처럼 ‘개혁’을 꾀하는 공공단체들은 이들의 젊은 피를 수혈받으려 줄을 서 있다. 김혜성은 <김종욱 찾기>의 곡을 하루만에 썼고, 장유정은 사흘 만에 대본을 완성했을 정도로 둘 다 천재적이다. 게다가 “365일 뮤지컬만 생각하고”(김혜성), “작품은 발로 쓰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경찰서와 정신병원에 상주할”(장유정) 정도로 성실하다.
숙제가 있다면 상상력의 규모를 키우는 일. 23명의 배우, 8명의 악단과 함께 400석이 넘는 무대에 서는 <키스 미 타이거>는 그 작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들의 뮤지컬이 대극장에 오르는 날, 한국 뮤지컬은 비로소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18일~8월6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02)399-1114~6.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시 뮤지컬단 제공
‘키스 미 타이거’는? 호랑이 아가씨, 인간과 연분 났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인간과 호랑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떡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떡집 아줌마는 우연히 호돌이를 만나게 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며 수작을 거는 호돌이.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아이가 불거진다. 사람들의 반대를 피해 야반도주하던 떡집 아줌마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아이의 이름은 김현(이경준 분). 성원사에서 잡일을 하는 김현은 수줍은 성격 탓에 마을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어느날 성원사의 마니(불교에서 용왕의 뇌 속에서 나왔다고 하는 보주)를 훔치던 호녀(이연경 분)를 도와주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호녀는 절반은 호랑이 절반은 사람. 마니를 훔친 벌로 다시는 사람이 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비극적 운명.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우리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절대로 엇갈리지 않게/두 번 다시 헤어짐 없이/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절대로 엇갈리지 않게/두 번 다시 헤어짐 없이/내 사랑 내 사랑 내 사랑” 시적인 노랫말이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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