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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1 19:45 수정 : 2006.07.11 19:45

중견작가 김보중씨 근작전

외딴 숲 속 깊숙한 곳의 신비스런 풍경.

중견작가 김보중(53)씨가 90년대 초부터 줄곧 ‘거닐듯’ 그려온 이 풍경은 갖가지 질감의 나무와 잡풀, 투박한 땅 빛깔로 꼭꼭 채워진 채 단단한 이미지를 평단에 심었다. 꿈틀거리며 튀어나올 듯한 대지의 색감, 숲 속 곳곳을 떠다니며 옮겨다니는 듯한 생경한 시점 등은 그만의 화풍으로 자리잡았다. 경기도 용인 작업실의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온 시각 체험을 화폭에 여러 겹의 이미지로 환생시키려는 노력은 생활과 그림이 갈라서지 않는 실력파 작가로 김씨를 자리매김하게 했다.

최근 근작들이 색감이 불끈불끈 솟구칠 듯한 특유의 화법을 벗어나 거처인 분당 신도시 거리의 살벌하고 강퍅한 풍경으로 바뀐 것은 다소 뜻밖이다. 30일까지 서울 구기동 대안공간 풀에서 마련한 김씨의 기획초대전 ‘흐르다 그리고 흐르다-눈 달린 발’은 신도시 아파트촌, 거리 전경을 비롯해 과거 주요작업들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모자이크 한 대작, 구작들을 나누어 선보이는 중이다.

근작들은 먹구름 낀 신도시의 창백한 거리를 비추거나 세부 윤곽이 흐릿한 아파트촌과 부근 나무, 도로 풍경을 담는다. 색감 넘치고 붓질이 단단한 이전 작업에 비추어 맥이 풀린 듯한 느낌마저 일게 한다. 정밀한 재현을 한 것도 아니고 분당 도심 풍경의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그저 툭 던지는 듯한 작업이다. 야경 드로잉에서는 목탄으로 갈래갈래 선을 치면서 가로등과 나무숲을 음울한 필치로 그려넣었다. 작가는 “뒷산 수풀언덕이 있는 용인 작업장과 비릿한 콘크리트 냄새가 늘상 낯선 아파트 공간(분당)을 10년 넘게 왕래했다”며 일상에 매몰되어 가는 두 공간의 차이에 주목했음을 전시에 앞서 밝혔다. 이질적 두 공간을 거닐면서 상식적 풍경이 아닌, 옛적 진경 산수화처럼 풍경 속에서 작가의 주체를 생각하고 거닐어볼 수 있는 그림을 추구해 보았다는 뜻으로도 비친다. 숲에서 그렸던 시각적 떠돌기의 체험을 이제 그는 집이 있는 분당 아파트촌의 현장으로 나름대로 넓히려 하는 셈이다. 세상의 주체와 풍경의 객체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운명을, 또한 여전히 재현의 외피에 기대어 풍경을 풀 수밖에 없는 작가의 답답한 존재 조건을 그는 모호하게나마 벗어나려 한다. 평론가 이섭씨가 말한 ‘정직한 모호함’이란 평처럼 그의 신도시 근작들은 육체적 안온함을 찾는 나이에도 재현의 의미에 끊임없이 시비를 걸면서, 피곤한 모험 속에 거듭 뛰어드는 작가의 내면풍경과도 같다. (02)396-4805.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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