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1 20:20
수정 : 2006.07.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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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마을과 농사법이 사라지면서 구전민요 역시 사라지고 있다. 이를 채록하고자 할 때는 제보자 대부분이 고령인 까닭에 오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약주 대접은 거의 필수다.
사진 김영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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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3년 걸쳐 채록
논매는 소리 150곡 가장 많고
도시지역 제보자 찾기 힘들어
“오호 오호이 에헤에 오호야 /신농씨의 본을 받아 농사 한철 지어보세/ 높은데는 밭을 두고 얕은데는 논을 뚫어/ 앞들에는 천석지기 뒷들에는 천석지기/ 이천석을 모아놓고 농사 한번 지어보세.”(논매는 소리)
경기지역의 민요를 집대성한 〈경기도의 향토민요〉(경기문화재단)가 상, 하권으로 나왔다. 각각 750, 730여쪽으로 된 이 책에는 경기지역 28개 시군에서 채록한 623곡의 민요가 악보와 함께 실렸다. 채록작업에는 김영운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혜정 경인교대 교수, 이윤정 경인교대 강사 등이 참여했다. 경기문화재단 쪽은 이 작업에 1억5천만원이 들었다면서 광역단위에서의 종합적인 채록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2001, 02, 05년 3년에 걸쳐 현지조사해 채록한 민요 623곡 가운데 논농사와 관련된 노래가 150곡으로 비교적 많았다. 그 가운데 ‘논매는 소리’가 대부분으로(116곡) 도시화가 더디게 진행된 농촌지역에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모내는 소리’(16개 지역), ‘모찌는 소리’(김포, 안성, 파주, 강화 등)도 다수 채록됐다. 기타 노동요는 51곡. 그밖에 장례요(‘상엿소리’ 118, ‘달구 소리’ 129)가 여러 지역에서 골고루 조사되었다.
특이한 것은 근대민요라 할 수 있는 ‘해방가’. 창부타령 곡조에 맞춰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것이다.
“삼천리강산 곳곳마다 문전문전이 태극길세/ 삼천만 동포 만세소리에 눈 감은 장님도 눈을 뜨고/ 삼십년 먹은 구체증도 그날그시로 뚝 떨어져/ 사쿠라 꽃은 낙화가 되고 무궁화동산에 좋을시고.”
민요가 비교적 많이 채록된 곳은 광주(47), 안성(48), 남양주(35), 양주(33) 포천(34) 등 도시화가 덜 진행돼 전통의 유습이 잔존한 지역이었고 과천(6), 광명(11), 구리(9), 군포(11), 김포(8), 동두천(7), 성남(6), 오산(3), 의왕(8), 의정부(6) 등 도시지역은 드물게 채록됐다. 수원, 안양, 부천, 시흥시에서는 제보자를 찾지 못했다.
김영운 교수는 “제초제와 기계화 등 농법의 변화가 오래돼 농요 제보자를 찾기 어려웠다”며 “경기지역은 도시화가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돼 토박이 제보자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보자 대부분이 8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농주를 권하면서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며 조사과정의 고충을 털어놨다.
김 교수는 이 조사결과는 향토문화·구비문학 연구 및 음악창작 작업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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