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9 20:20
수정 : 2006.08.09 20:20
국립중앙박물관 첫 여성 관장 김홍남씨
“(학예사)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해야 박물관은 돌아갑니다. 그게 제 삶의 철학입니다.”
지난 8일 차관급 인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상 첫 여성 관장으로 임명된 김홍남(58) 전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거침없이 말했다. 9일 오후 용산 박물관에서 관장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을 연 김씨는 시종 단호한 말투로 박물관 내부의 변화를 역설했다. “요즘 박물관에서는 연구를 못한다는 말이 들린다구요? 그건 불평입니다. 학예사들은 연구도 하고 전시 교육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다방면의 능력들을 키워야합니다. 유물 많은 기관에서 일하는 자체가 혜택 아닌가요. 불평 있다면 대학이나 연구소로 가야지요.”
냉정한 지적은 전시 컨텐츠 문제와 박물관 입지에 대한 부분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그는 철저한 컨텐츠 주의를 표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장대한 하드웨어와 최고의 컬렉션 자체를 말하는 것보다 이런 요소들을 갖고 어떤 프로젝트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국제적 수준에서 창의적으로 소장한 유물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재해석해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유물 재해석의 수준을 높이고 질높은 전시 교육 공연 프로그램으로 “우리네 문화가 무시못할 문화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김 신임관장은 또 “현재 박물관이 사대문 밖 용산에 자리잡은 취약한 입지 때문에 문화관광적인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처지”라면서 “외국관광객들의 관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같은 배를 탔다는 목적의식 아래 타협하고 호소할 생각”이라는 그는 “이런 거대기관을 끌고 가려면 독선으로 비칠 수 있는 소신도 필요하다”는 직설적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근무하지 않은, 외부 인사로서 첫 관장이 된 기록도 지니게 된 김 신임 관장은 손꼽히는 전시기획 전문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중국미술사 전공)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1~2001년 이화여대 박물관장, 2003년부터 올해까지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냈다. 그는 “여성계를 대표해 이런 자리를 오른 것이 자랑스럽지만, 여성이 아닌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관장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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