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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땅 우리소리’ 남한서 첫무대 올리는 최상일 민요전문 피디
문화방송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최상일 민요 전문 피디가 또 일을 냈다. 그가 일군의 국악인들과 함께 북한의 토속 민요 여덟 곡을 무대에 올린다. 남한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북녘 민요 전문 공연이다. 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북녘 땅 우리 소리’ 공연은 황해도 ‘오목가래질 소리’, 함경도 단천의 ‘명태잡이 소리’ 등 북녘 땅의 민요를 소개한다. 지난 25일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에서 최 피디를 만나서 공연의 의미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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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북한 민요 차례
국악인에도 낯설어 소리 일일이 확인
이질감 있지만 남북 문화교량 됐으면 -공연의 계기는? =1992년부터 중국의 북한 접경 지대 등을 돌면서 북한의 민요를 수집했다. 만주 지역에는 북한 민요가 놀라울 정도로 적게 남아 있다. 그 이후 약 10여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다가 우연히 북한에 약 150시간, 3000여곡 분량의 민요를 담은 〈조선민요〉 릴테이프가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알고 보니 북한은 이미 70년대에 국가적 차원에서 민요를 수집했다. 그 방대한 결과물이 〈조선민요〉였다. 2002년 3월 방송문화진흥회의 지원을 받아서 북한의 문예출판사로부터 ‘조선민요’의 복사본을 구입했다. 여기에 담긴 노래를 추려서 2004년 7월, 시디 열 장에 북한 민요 352곡을 담은 〈북녘 땅 우리 소리〉를 남한에서 내놓았다. 이번 공연은 이 음반에 실린 노래 가운데에서 다시 여덟 곡을 뽑아서 무대에 올리는 시도다. -〈북녘 땅 우리 소리〉가 나온 이후 공연까지 2년이 걸린 이유는? =북한 민요를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공연도 국립국악원 윤문숙 해금 주자 등 민요에 관심이 있는 국악인들이 의기투합해서 과외활동으로 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있다. 또 한가지 이유를 들자면, 작년까지 우리가 남한의 민요를 무대에 올리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해마다 두번씩 강원·영남, 호남, 경기·충청, 제주 민요의 순서로 공연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 북한 민요의 순서다. -북한 민요를 공연하는 데 어려움은? =북한 민요는 국악인들에게도 낯설다. 황해도와 평안도의 민요는 그나마 서도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편이지만, 함경도 쪽의 민요는 처음 듣는 소리가 많다. 이런 민요를 호남의 민요를 부르는 풍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서 음을 끌어올리고 내리는 ‘시김새’가 달라야 한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원곡에 녹음된 대로 일일이 시김새를 확인하고 있다.
-북한 민요의 특징은 무엇인가? =북한의 민요는 지역성이 뚜렷하다. 황해도의 경우 벼농사 평야 지역이 많다 보니 남한의 어느 지역 못지 않게 벼 수확과 관련된 농요가 많이 발견된다. 평안도의 민요는 상대적으로 점잖고 운치가 있다. 듣다 보면 어깨춤이 덩실덩실 나게 하는 묘한 흥이 있다. 함경도에는 노동요보다는 잔치판에서 하는 노래가 많다. 그 이유는 좀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산악지대의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함경북도 산악지대로 더 들어가면 민요는 더 투박하고 질박한 맛이 있다. -이번 공연의 의의는? =이전에 몇몇 국악인들이 북한 민요 한두 곡을 공연에서 부른 적은 있지만, 북한의 토속민요를 주제로 해서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악계에서도 신선한 영향이 있기를 바란다. 실향민들도 고향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민요가 남북을 잇는 문화적인 교량이 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남북한의 국악계는 풍토가 서로 많이 달라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개량 악기를 다수 내놓으면서 국악을 현대화한 반면, 남한의 국악은 오히려 전통을 굳게 지켜오면서 남북간의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민요를 통해서 남북한 사이에서 동질감을 확인하는 계기를 찾기를 바란다. -향후 계획은? = 북한의 민요를 포함해서, 지난 3년 동안 한반도의 전체 민요를 개략적으로 한번 훑으면서 공연을 했다. 이제는 장르별로 민요를 추려서 공연을 할 계획이다. 내년 2월에는 우리 민요 중에서 들노래를, 8월에는 상여노래를 솎아내서 무대를 마련한다. 2008년에는 뱃노래와 전래 동요를 주제로 잡을 생각이고, 2009년에는 민요극 〈양지골의 사계〉와 〈옛날에 그런 일이…?〉 두 편을 올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민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이 꾸려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 민요도 세계의 월드 뮤직 시장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외국에서 ‘돈 받고’ 우리 민요를 공연하는 행복한 꿈을 가지고 있다. 민요는 마르지 않는 음악의 샘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공연 오를 여덟곡은?
동해 첫 어부노래 ‘명태잡이…’
민요극 꾸민 ‘갑심이 시집가네’
평북 대표민요 ‘호미소리’ 선봬 30일 ‘북녘 땅 우리 소리’ 공연에 오르는 여덟 곡 중에서도 ‘명태잡이 소리’와 ‘갑심이 시집가네’가 독특한 내력을 갖고 있다. 함경남도 북청, 단천 등지의 어부들 사이에서 불리는 ‘명태잡이 소리’는 한반도 동해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어로요다. 2002년 이 민요가 공개되기 전까지 민요학계는 동해안에는 체계적인 어로요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해안에 특징적인 ‘조기잡이 소리’, 남해안에 ‘멸치잡이 소리’가 있는 데 비해 동해안에 아무런 어로요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학계에서는 한때 화젯거리였다. 이 민요는 어민들이 배를 타고 명태잡이를 하는 일련의 행위를 따라가는데, 예를 들어 배가 떠나기 위해 닻을 감는 소리, 그물을 당기는 소리, 명태를 털어내는 소리, 포구로 돌아오는 소리 등이 이어진다. ‘갑심이 시집가네’는 함경남도 북청지방에서 구전되는 ‘전갑심노래’를 남한 국악인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민요극으로 꾸민 것. 예쁘고 똑똑한 처녀 갑심이가 여러 차례 혼담을 물리친 끝에 일 잘하는 신랑을 찾는다는 얘기다. 일제시대에 특히 유행했던 민요로, 주인공의 이름이 남한에서는 ‘전갑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 기록에는 ‘전갑심’으로 나타나 있다. 이밖에도 황해도에서 다섯명이 흙을 푸면서 부르는 노동요인 ‘오목가래질 소리’, 평안북도의 대표적 민요인 ‘호미소리’ 등을 선보인다. 호미소리는 특히 중국 연변지역에서 분단 이후에도 많이 불렸다. 1960년대 민속학자 임석재가 함경도 북청사자놀음 연주자들의 소리를 녹음한 바 있는 ‘애원성’도 이번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 그밖에 평안북도의 ‘쇠스랑질소리’와 평안남도 ‘용강기나리’도 소개된다. 5천~1만원. cafe.daum.net/sorivillage, (02)977-5128.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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