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9 19:05
수정 : 2006.08.29 19:05
안두진 ‘성스런 브레인 사원’전…신발 벗고 감상
미술품 전시장이 성화풍 그림이 그려지고 제단이 차려진 신성한 사원으로 탈바꿈했다.
젊은 작가 안두진씨의 개인전 ‘성스런 브레인 사원’(9월3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서울 통의동 대안공간 브레인 팩토리의 풍경은 전시 제목대로 사원의 분위기와 다를 바 없다.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관객들은 앞방의 천정을 덮은 <열락>이란 제목의 거대한 천정 그림과 온통 벌건색으로 칠해진 뒷방 후면에 붙은 <최후의 경기>란 이름의 제단 그림과 제단 장식대를 잇따라 보게된다. 이 전시공간이 보통 전실과 후실로 이뤄진 사원의 얼개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독특한 얼개다. 작가는 “미술이 주술적 양식에 시원을 두고 있는 만큼 미술 전시장을 원래 맥락에서 숭고한 공간으로 바꿔보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이런 구조 못지않게 눈을 끄는 것은 르네상스기의 성화 같기도, 전통 사찰의 탱화 같기도 한 천장화와 제단화들이다. 오방색을 원용한 화려한 색감과 복잡한 인물들의 삼단 구성이 특징인 이들 그림은 미켈란젤로, 지오토, 치마부에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가가 새롭게 조합해낸 일종의 모조 성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그림의 이미지가 성화가 아니라 격투기 경기장의 군중들 구도로 성화의 삼단 구도를 빌려와 묘사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 실제로 평소 종교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종교 사원들을 답사하면서 얻은 신성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색다르게 버무려 ‘채플 핑크’ 같은 사원모양의 알록달록하고 코믹한 조형물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이번 작업은 그 지평을 공간 속의 설치 개념으로 더욱 확장시킨 셈이다. 성화풍 대작들도 사물에 대한 집요한 드로잉 습작 끝에 작가가 이미지의 최소 단위로 창안해낸 ‘이마쿼크’등의 개념을 활용하며 그렸다는 점에서 이성과 감성을 자유롭게 편력하는 작가적 구상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전시다. (02)725-952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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