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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4 19:50 수정 : 2006.09.04 19:50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삼국~조선시대 명품
일 박물관·소장가에게서 공수 오묘한 빛 눈길 사로잡아

검게 옻칠된 나무 판 위에 소용돌이치는 듯한 숱한 꽃무늬와 소담한 점들이 무지갯빛으로 아롱진다. ‘백골’로 불리는 나무에 옻칠하고 전복, 조개 등의 껍데기를 갖은 모양으로 갈아 붙인 나전칠기는 옛사람들의 고집스런 미의식과 마음결을 드러내는 소우주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일 개막한 기획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 온 빛’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이땅의 나전칠기 공예 명품을 처음 한자리에 두루 모았다. 나전공예의 기원인 삼국시대 칠기 공예품부터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 초중기 명품들과, 조선 후기 말기, 현대 장인의 나전 공예품들을 시대별 5개 영역에 따라 한 흐름으로 꿰어보게 된다.

나전칠기가 뚝심어린 전통 미의식의 산물임은 생칠부터 광내기까지 20차례 넘는 힘든 공정과 무관치 않다. 품 많이 드는 나전이 중국, 일본에서 조칠, 마키에 등의 변형 양식에 밀려 정체된 반면 우리 옛 장인들은 유일한 칠공예로 고집하면서 꿋꿋이 조형기법들을 발전시켜 왔다. 8~10세기 나전 꽃 동물무늬 거울에서 비롯하는 독자적 미의식은 고려시대와 조선 초의 정교·섬세한 함, 합들에서 단적으로 발견된다. 대부분 일본 공사립 박물관과 개인 수장가의 소장품을 빌려온 20여점의 이 시기 명품들은 전시의 눈대목이다. 일본 다이마사 소장 12세기 국화넝쿨무늬 염주합과 13세기의 같은 무늬 경전함 등은 작게 잘라낸 자개조각들로 소용돌이 꽃무늬를 여백 없이 촘촘하게 붙여 장식미의 극치를 자랑한다. 바다거북 등딱지인 대모 조각을 채색해 붙이는 복채기법도 써서 현란한 이미지들이 정연한 질서 속에 어울린 당대 불교적 세계관의 단면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나전공예는 꽃 등의 문양이 커지고, 넝쿨, 줄기의 흐름이 여백을 타고 자유로워진다.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인 14~15세기의 나전 국화넝쿨무늬 원형합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16세기 연화넝쿨무늬 옷상자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일본 야마토 문화관이 소장한 17세기 나전 포도넝쿨무늬 옷상자는 풍성한 포도넝쿨이 회화적으로 묘사된 수작인데, 매화, 난초, 대나무, 포도 등의 회화적 표현이 등장하는 조선 중기 흐름을 함축한다. 또 조선 말기엔 수복 무늬나 민화의 십장생 등을 표현한 나전십장생무늬함과 목숨 수(壽)자를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해 붙인 자개 문갑 등을 통해 세속적 서민 문화와 접근하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말미는 현대 나전 장인들의 작품들과 중국, 일본의 칠기 공예인 조칠, 마키에 명품전시로 채워졌다. 나전 모형품 자석으로 문양을 만드는 체험마당도 있다. 10월8일까지. (02)2077-928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2세기 나전 대모 국화넝쿨무늬 염주합(왼쪽)과 17세기 나전 포도넝쿨무늬 옷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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