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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 극작가’ 세라 케인 비롯
경계 허문 26편 무대 올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대규모 예술공연 축제의 성찬이 펼쳐진다. 국내외 무대예술의 수준작 26편을 만날 수 있는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7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국내외 31개의 실력있는 무용단이 참가하는 제9회 서울세계무용축제가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두 축제의 공연자들로서는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펼쳐야 하고, 관객들로서는 어떤 걸 골라봐야 할지 고민에 빠질 만하다.
국내 초연, 세라 케인=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올해 내놓는 최고의 카드는 국내 초연되는 극작가 세라 케인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27살의 나이로 1999년 요절한 세라 케인은 생전에 단 6작품만을 발표했으나 영국과 세계 연극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다.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정화된 자들〉(위 사진 왼쪽)은 작가가 폭력과 사랑에 대해 계획했던 3부작 가운데 두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병원 의자에 앉아 사랑과 희생에 대해 독백하며 감정의 격정에 휩싸이는 한 여인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오빠를 잃고 고통에 빠져 자신이 오빠가 되기로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강간과, 신체 상해 등 야만적이며 극단적인 폭력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존재조건에 대해 성찰하는 작품으로 폴란드 극단인 브로츠와프 현대극단이 초연한 2001년부터 유럽 등지에서 120회 이상 공연했다.
극단 풍경(박정희 연출)도 세라 케인의 마지막 작품 〈싸이코시스 4.48〉을 공연한다. 정신병원을 전전하다가 자살하기 한 달 전 쓴 이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면서 무의식 속에 숨겨진 광기의 어두운 세계를 보여준다.
현대예술은 어떻게 동시대와 만나는가=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막판까지 초청 여부가 불투명했던 〈풀리지 않는 매듭〉은 이스라엘 연극이다. 젊은 이스라엘 연출자인 야엘 로넨이 5명의 이스라엘 배우와 4명의 팔레스타인 배우와 모여 7개월간의 공동작업 끝에 완성한 이 연극은 피해와 가해가 꼬리를 물게 되는 양쪽의 부조리한 현실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춤 공연 〈콜렉시옹 파티클리에〉는 한 여성 무용수가 나체로 무대에 등장해 밀도 높은 몸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김윤진 댄스컴퍼니의 〈노래하듯이〉는 춤과 연극, 미술, 영상미디어까지 기존 장르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를 시도하는 젊은 작품이다. 마치 연극무대처럼 펼쳐지는 일상적 정경을 표현하면서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근대는 어떻게 인간관계를 변화시켰나를 파고 들어간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공연으로 펼쳐질 토탈씨어터 〈앨리스〉(가운데·홍성민 연출)도 연극, 무용, 뮤지컬, 심지어 중장비까지 동원된 총체극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밖에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와 〈세자매〉 등 고전들도 눈에 띄며, 일본 극단 시즈오카현 무대예술센터가 올리는 알베르 카뮈의 〈오해〉, 중국 장쑤(강소)성 곤극원의 〈도화선〉(오른쪽)은 베세토연극제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두루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국립극장 등에서 열린다. www.spaf21.com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서울세계무용축제
발레부터 아프리카 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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