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9 18:48
수정 : 2006.09.19 18:48
소산 박대성 한국화전
그림의 대가들에게 붓질은 검법과 같다. 붓의 나감과 물림, 맺고 끊음은 명확할 수록 좋다. 오랫동안 경주 산곡에서 실경을 그려온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60)씨가 붓질한 작품의 실경 속 선과 묵덩어리 속에는 그의 50년 인고의 화력이 곤하게 녹아 있다. 고아로 홀홀단신 화력을 연마하면서 겸재 정선과 표황 강세황 등이 개척한 진경산수를 익혔으며, 중국 대가들이 서구 화법과 버무려 빚어낸 괴량감의 미학도 배웠던 그다.
10월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근작전 ‘천년 신라의 꿈’은 공고하게 여문 그의 필력이 도드라지게 육박해오는 전시마당이다. 부각시킬 것은 확실하게 과장하듯 부각시키고, 생략할 것은 확실하게 생략하는 강약이 분명한 묘사법과 도회적 느낌의 깍쟁이처럼 깔끔한 세부 처리 등에서 그는 현대 한국화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폭발적인 붓놀림으로 아래로 쏟아지는 듯한 기암괴봉을 그린 〈현율〉(사진)이나 겨울 외금강 만물상의 까끌한 골격미를 그대로 옮긴 〈개골산〉에서 그의 암벽 묘사는 전통적인 질감 묘사인 준이라기보다 마구 내지르고 후벼파는 서구 추상 표현주의의 경지를 내달린다.
평소 글씨 연구를 하며 이미지의 현대적 구성에 진력했던 그는 경주 남산 풍경을 탁본과 세필로 엮어낸 〈천년 신라의 꿈〉과 석굴암 본존, 제자상을 석채 흙 먹점 등으로 재현한 〈법열〉 등의 실험적 시도도 아울러 내놓았다. 환갑의 나이에도 조형적 파격에 심취해있는 그의 혈기가 분방하게 튀는 자리다. (02)720-102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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