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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4 18:49 수정 : 2006.09.25 10:52

4일간 37개팀 공연 막내려
힙합·댄스도 관객 이끌어
인재진 감독 “내년엔 더 준비”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무려 1200여번의 기획을 했다. 공연문화가 척박한 한국에서 그가 기획한 공연은 대부분 성공보다 실패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아버지 인치종씨는 단 한번도 아들의 공연장을 찾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칠순 노인이 처음으로 아들의 공연장을 찾았다.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21~24일 열린 제3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었다. 행사장을 둘러본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는 사람이 정말 많이 모였다. 나흘 동안 전국 각지에서 10만여명이 몰려왔다. 재작년 1회 행사에 3만명, 지난해 7만명에 이어 올해도 그 수가 껑충 늘었다. 이번에는 무대도 하나 더 늘려 45만평 자라섬 일대에 6개를 마련했다. 여기에 국내 24개팀과 해외 13개팀 합쳐 약 200여명의 음악인들이 공연했다.

섬 들머리에 마련된 주무대 ‘재즈 스테이지’는 4일간 마세오 파커, 조 자비눌, 빅터 우튼, 임미정 등 굵직한 재즈 음악인들이 꾸몄다. 금요일 밤 9시에 무대에 오른 6인조 ‘소울 밥 밴드’는 특유의 흥겨운 공연으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토요일 오후 무대에 오른 여성 재즈가수 조이스 쿨링은 “한국말을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 미안하다”며 “고맙습니다”라는 서툰 한국말로 인사했다. 청평에서 부인, 자녀 3명과 함께 찾아온 장희섭(38)씨는 “재즈가 생소한 편이지만, 평소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음악을 들으니 좋다”고 했다. 무대 앞 6천여평의 잔디밭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돗자리를 깔고 눕거나 서로 기대는 등 편한 자세를 취했다.

주무대 외에도 섬에는 힙합과 댄스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파티 스테이지’와 월드뮤직을 선보이는 ‘재즈 아일랜드’가 마련되었다. 토요일 새벽 3시 공연에서는 국내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이 ‘소울 밥 밴드’의 기타리스트 하이럼 불럭과 협연했다. ‘재즈 아일랜드’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전통음악을 연주한 개량한복 차림의 토니 루이스는 “아름다운 풍광에서 공연을 하니 즐겁다”고 했다.

공연 외의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섬 가운데 마련된 타악기 체험관엔 전세계에서 수집된 1000여개의 전통 타악기가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도록 전시돼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했다. 주무대 옆 행사장에서는 한국만화가협회의 이현세 회장과 황미나, 이상세 등 유명 만화가들이 관람객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줬다. 23일 민예극단이 마당극 <다시라기>를 길거리에서 공연했다. 사진전과 야생화 전시회, 수채화전, 음식 전시, 뗏목 타기 등도 열렸다.

음악평론가 김현준씨는 “축제의 성공이 재즈 자체의 인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보다는 축제 자체의 분위기나 내용이 좋아서 10만명이 넘게 오는 듯 하다”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으면서 재즈의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재진 감독은 “내년에는 축제 기간도 하루 늘리고, 신인 재즈인들이 실력을 겨루는 콩쿠르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미 관객 수로는 아시아 최대의 재즈 축제로 발돋움한 이상, 이제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재즈 행사가 되도록 내용을 내실 있게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평/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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