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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4 14:21 수정 : 2006.10.04 14:39

쓰마코이 로고/ 성원해줘 고맙다는 인사말을 적혀 있다.


"아나타와 모우 와스레타 가시라~"

기억하시나요. 1970년대 일본 포크송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간다가와>(간다강)입니다. 일본 노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저도 앞머리만은 흥얼거릴 줄 아는 노래입니다. 눈을 감고 듣다 보면, 절로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포크 밴드 '가구야히메'가 이 노래를 발표한 지도 벌써 33년이 됐네요. 인터넷을 뒤져 노래를 올려놓은 고마운 블로거를 찾았습니다.

http://blog.naver.com/duke1910?Redirect=Log&logNo=90008489452

일본 포크 음악사에 빛나는 전설적 야외 콘서트 '쓰마코이'가 열린 게 75년 8월2일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밥 딜런에 비유되는 요시다 다쿠로와 가구야히메가 12시간에 걸쳐 철야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100여곡을 열창했고, 5만명 이상(7만5천명이라는 얘기도 있음)의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열광했습니다.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미국 록 페스티벌 우드스탁에 비유할 수도 있겠군요.


그 전설의 포크 콘서트가 31년여만인 지난 23일 재연됐습니다. 장소는 옛날 그 자리.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 다마리에 있는 야마하리조트 쓰마코이의 다목적 광장.

제가 직접 현장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다음날 아침 조간신문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거의 모든 신문이 1면에 콘서트 사진을 실었습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3만5천여명의 인파. 31년이 지나 그곳을 찾은 팬들은 물론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한 시니어였습니다. 주최쪽에 따르면 입장객의 평균 나이가 49살. 열정을 잊지 않은 시니어들입니다. 당시 입장객 평균 나이는 21살이었습니다.

포크의 성지인 이곳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중년 특유한 느긋함으로 야외 콘서트장 입구에서부터 긴 줄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투덜거렸습니다. “아저씨 아줌마밖에 없는 디즈니랜드군”이라고.

오후 1시 조금 넘어 요시다와 가구야히메가 무대에 오르자 이들은 일제히 일어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추억의 히트송들을 따라 부르고,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박수를 보내며.


이날 콘서트는 31년 전에 비해선 점잖았습니다. 전철 막차 시간에 맞춰 콘서트는 8시간 반만에 끝났습니다. 당시 "아침까지 하자"고 소리치던 요시다는 이날 "나도 나이를 먹고 보니 '아침까지 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라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습니다. 요시다는 올해가 환갑, 가구야히메의 최연소 멤버가 54살입니다. 요시다는 2003년 폐암 수술을 받고 요양을 하면서도 라이브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또 콘서트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관객의 상당수는 힘이 부친 듯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렇지만 중년이 돼서도 8시간이나 야외에서 열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겠죠. 추억의 멜로디를 타고 청춘을 되새김질하면서. 이 콘서트를 취재했던 30대 한 기자는 솔직히 자신은 그로기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콘서트 표는 발매 당일 매진됐습니다. 야마하는 이 콘서트를 기념해 어쿠스틱 기타 200대를 준비했습니다. 2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었지만 예약 주문을 받은 지 일주일만에 역시 다 팔려나갔습니다.

'안티에이징'(노화방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만, 최고의 비결은 역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겠죠.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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