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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중 자기검열
음악 중심 포크에서 록으로 - 이전에 비해서 록의 요소가 많다. = 한살이라도 젊을 때 록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록 스타일의 음악을 혼자서 녹음해보겠다고 욕심내다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디지털 사운드를 써봤는데 강한 ‘펀치감’이 안 나와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기타 앰프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는데, 소리가 너무 촌스럽게 나왔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다가 6개월을 썼다. 록 음악은 어렵다. - 이번 음반을 보면 투덜거림은 줄어들고, 사랑 얘기의 비중이 늘어난 거 같다. ‘달빛요정...’ 특유의 푸념을 좋아했던 팬들은 아쉬워할 것 같다. = 은연중에 자기 검열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던 ‘스끼다시 내 인생’과 ‘절룩거리네’가 방송금지 되었다. 심지어 ‘361 타고 집에 간다’는 “밟아라 엔진이 불타 터져버릴 때까지”라는 가사 때문에 교통방송에서 방송금지가 되었다. 노래를 많이 사람이 들어야 다음 음반이 나올 수 있는데, 자꾸 노래가 방송 금지가 되니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 이번 음반이 힘들게 나왔다고 들었다. =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새 음반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작년 6월에 1000만원을 지원해줘서 제작을 할 수 있었다. - 음반 표지가 이번에도 야구에 관한 그림을 담았다. = 야구의 광적인 팬이다. 야구에는 인생의 흐름이 있다. 포스트 시즌이면 만사 제쳐두고, 미국과 한국 야구 한 게임씩 하루에 두 경기를 본다. 1집 음반의 노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원래 엘지 트윈스 응원가로 만든 노래였다. 당시 트윈스가 이상훈 선수를 에스케이로 보내서 홧김에 내용을 바꿨다. -앞으로 계획은? = 통기타 중심으로 음반을 내고 싶다.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 즐겁다. 음악을 잘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해서 못해도 하는 거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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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익숙한 선율을 새 분위기로 - 새 음반을 들어본 느낌은? = 송은지: 의도한 대로 다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솔직했고, 우리끼리도 서로 솔직했다.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모자라서다. 우리가 더 깊고 솔직한 사람이라면 더 좋은 음반이 나왔을텐데. - 트로트와 민요, 동요의 형식을 빌려 온 노래들이 눈에 띈다. = 김민홍: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집에서 밤에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창 너머로 취객이 부르는 ‘청산이~’하고 부르는 한 자락이나 트로트 한 곡에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우리 음악에 접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 그런 일은 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한 분들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리메이크해서 ‘또 돌아보고’라는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의 가락에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특별히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 김: 트로트 노래를 고른다고 본 작품 중에 가장 ‘징한’ 작품이다. 전쟁 가운데 철사줄에 꼭꼭 묶인 채로 미아리 고개를 넘으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대목을 보면,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노랫말 같다. -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공간을 느끼고 내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 송: 1집을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곡 자체가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김: 노래를 만드는 방법도 1집과 2집이 다르다. 1집에서는 (노래의) 배경을 먼저 그렸다. 그런데 2집에서는 배경은 잘 안 그렸다. 오히려 노래 안의 이야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컴퓨터 음악도 적어지고, 신디사이저 음악도 줄었다. 대부분 기타와 보컬, 이렇게 단출하게 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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