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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애시스 투 애시스’ 낸 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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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불태우고, 재가 되고
“앨범의 모든 곡들이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만나서 사랑하고, 불태우고, 재가 되고 …. 이번 앨범은 ‘상실’에 대한 얘기예요.”(김윤아·보컬) 자우림이 들고 나온 6집 앨범 제목은 ‘재에서 재로’라는 뜻의 〈애시스 투 애시스〉다. 제목처럼 잿빛이 감도는 이번 앨범은 ‘하하하쏭’의 분홍빛으로 대변되는 지난 5집 분위기에서 몇백미터 아래로 수직하강했다. 착 가라앉은 블루스에, 기타의 몽환적인 리듬 위로 ‘상실’이란 주제가 앨범 전체를 떠돈다. “아, 모든 것이 사라지네/ 너무나 소중해서 놓을 수 없던 꿈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만 가네”(서울 블루스), “봄에 피는 꽃들은/ 봄이 가기 전에 시들어버리고/ 사랑은 채 피우기도 전에 사라지네”(러빙 메모리), “영원한 것은 무엇도 없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서 달리네/ 다시 먼지는 먼지로”(죽은 자들의 무도회).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느낌을 담았어요. 종로나 명동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각각 인생의 단면을 느낀대로 담은 거죠.”(구태훈·드럼) 인생의 단면에서 ‘상실’을 발견한 이유는 무얼까. “어차피 사람은 다 죽어서 없어지잖아요.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 애써도 그러는 사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김윤아) ‘상실’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허무와 자포자기로 달음질치지는 않는다. 앨범 곳곳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하는 마음, 기대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모성에 기대고픈 심정을 노래한 ‘오, 마마!’에서 김윤아의 호소력 있고 힘있는 보컬, ‘샤이닝’의 가사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에서 느껴지는 소통에 대한 희망 등이 그것이다. 자우림 멤버들은 “우리가 들어서 좋은 음반을 만드는 목표에 비춰보면 이번 음반은 대성공”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태훈은 ‘서울 블루스’를, 김진만은 ‘써머 슬럼버’를, 이선규는 ‘유 앤 미’를 추천했다.가라앉은 블루스에
기타의 몽환적 리듬
‘상실’ 주제 노래 담아
소통에 대한 희망도 품어 이번 여섯번째 앨범으로 자우림이 데뷔한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다. 1997년 데뷔한 뒤 음악계의 몇 안 되는 ‘앨범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그 사이 음악산업 환경은 그야말로 급변했다. 요즘 음악산업 얘기로 인터뷰 주제가 바뀌자 모든 멤버들이 저마다 속상한 마음을 꺼내보였다. “우리 음악산업은 ‘즐겁게’ 망해가고 있어요. 장사는 되겠죠. 하지만 음악하는 건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것이고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건데, 요즘은 사람들이 음악을 컴퓨터에 넣고 엠피3으로 들으며 ‘단것’만 찾죠.”(김윤아) “앞뒤가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면 수익은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건데, 이제는 돈이 먼저고 죽은 예술이 뒤따라오는 모양새예요.”(김진만·베이스)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이렇듯 척박한 음악환경으로의 변화는 곧 삶에서의 상실이 아닐까. 그러나 자우림은 암흑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잿빛처럼 그렇게 계속 빛나고 있을 것 같다. “밴드를 처음 결성했을 때, 10년 가까이 될 때까지 올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데뷔 10년 맞이 감회요? 야심도 없고, 포부도 없고, 앞으로도 매일매일 즐겁게 음악하면서 인생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구태훈)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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