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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거쳐
‘궁’ 음반까지 다양한 시도 국악을 사랑한 대중음악은?=70년대 후반 ‘망부석’과 ‘송학사’ 등 퓨전국악을 선보인 ‘삿갓 가수’ 김태곤(오른쪽)씨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접목을 가장 진지하게 시도한 가수로 평가받는다. 해금을 서서 연주할 수 있도록 직접 고안하기도 했을 만큼 국악에 심취해 특색있는 노래를 많이 남겼다. 한국 음악계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 김도균씨는 80년대 아리랑을 헤비메탈 버전으로 연주했다. 이제는 아리랑이 월드컵 응원가로 쓰일 정도로 아리랑을 변용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앞선 시도라는 평을 들었다. 대중가요에 국악기를 쓰거나 국악 리듬을 따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가운데)이 ‘하여가’에 태평소 연주를 집어넣었고, 이상은(왼쪽)씨가 ‘공무도하가’를 국악리듬으로 버무린 바 있다. 최근 사례로는 원타임이 민요를 모티브로 한 ‘쾌지나칭칭’을 꼽을 수 있다. 대중음악을 사랑한 국악은?=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재즈 그룹 ‘레드 선’, ‘클론’의 구준엽씨와 함께 랩과 재즈,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곡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앨범 〈난장 뉴 호라이즌〉은 이런 크로스오버 시도의 우수 사례로 손꼽힐 정도다. 소리꾼 김용우씨는 전통민요를 재즈 등과 결합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펼치고 있고, 국악인들로 구성된 그룹 ‘공명’은 직접 창작한 전자장구, 대나무북 등의 국악악기로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세대 해금 연주자 꽃별은 클래식과 결합한 크로스오버 해금 연주로 주목받고 있다. 가야금연주단 ‘여울’, 서양음계를 소화할 수 있는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이 광고에 쓰여 유명해진 숙명 가야금연주단도 전통악기로 다른 장르 음악을 연주한다. 드라마 〈궁〉 음반에 참여해 이름이 알려진 퓨전국악밴드 ‘소리아’는 판소리와 랩을 접목시키고 산조에 록음악을 녹여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국악과 찰떡궁합은 재즈?=전문가들은 재즈와 록에서 자주 쓰는 ‘셔플 비트’(하나의 박자를 간격이 일정하지 않게 나누는 것)가 국악 장단과 비슷해 소리의 관점에서 궁합이 잘 맞는다고 보고 있다. 미국 흑인 노예들이 애환을 담아 부르던 노동가요를 바탕으로 생긴 블루스를 한 축으로 하는 재즈의 정서가 국악이 품고 있는 한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점, 즉흥연주가 중요하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대중음악과 국악의 결합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실험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서로 녹아드는 화학적 결합으로 새로운 장르로 발전할 가능성도 서서히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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