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4 17:52
수정 : 2006.11.14 17:52
이강우·박진영·박형근씨 3인전
풍경은 세월과 역사를 가장 객관적으로 증언하는 기록이다. 유난히 전란과 이별의 순간이 많았고, 분단의 비애가 지금도 새겨져있는 이땅의 풍경은 작가들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창작의 터전이 된다. 이강우, 박진영, 박형근씨는 이처럼 우리를 답답하고 구슬프게 하고, 고민하게끔 만드는 풍경에 앵글을 들이미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19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들의 3인전은 한국 사진 3~4세대 작가들의 전시인 동시에, 한국적 풍경 사진의 새로운 텃밭을 캐어낸 무뿌리 같은 근작들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우씨는 폐광촌인 강원도 철암과 사북지역을 기록한 아련하고 애틋한 사진작업들을 상하 길쭉한 독특한 프레임으로 선보이고 있다. 탄광과 광부 주거촌의 흔적들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산기슭에 카지노와 게임장 등이 들어서는 초현실적 풍경을 그는 낯설고 낯익은 탄광촌 풍경의 대비와, 탄광 시설의 묵은 일본제 기계 덩어리, 그리고 한폭의 얼룩 그림 같은 천변 주택가, 상점가의 실루엣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작가가 ‘근대적 삶의 고고학’이라고 이름붙인 탄광 지역을 둘러싼 욕망의 지형도가 안타깝게 잡히는 작업들이다.
도시 풍경 속 황폐한 소년들의 감수성을 포착했던 박진영씨는 서울, 평택, 동두천, 파주, 철원 등을 탐방하며 찾은 분단의 풍경들을 포착한다. 철조망 같은 직설적 이미지가 아니라 일상의 의식 속에 침투한 분단의 단서들을 찾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명동시내 한 가운데 카메라 들고 선 탈북 소년들, 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아줌마들의 모습 등에서 그는 일상처럼 잠복한 분단 증후군의 실체를 캐어본다. 유학파인 젊은 사진가 박형근씨는 물 위에 별처럼 뜬 수초나, 우주 같은 숲 속 정경의 명암, 푸른 숲 속에 널려있는 비둘기의 주검 등을 통해 사람들이 흔히 놓치고 지나치는 풍경 속 미물들의 애틋한 진실과 환각적인 색채감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02)720-511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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