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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5 22:03 수정 : 2006.11.15 23:40

팬 3만명 중 비싼돈 내고 보는 팬 3천명선
기업 접대용 구매 많아 유명공연 매진행렬


15일과 16일 공연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입장권 값은 최고 25만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공연 한달 전에 모두 매진됐다. 앞서 9월 내한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티켓 값이 최고 40만원이나 했지만 4주일 만에 표가 모두 팔렸다. 외국 유명 클래식 연주단체들의 공연 표 값이 최근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판매 상황을 보면 모두 어렵지 않게 매진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이 비싼 표는 누가 사는 것이고 왜 잘 팔리는 것일까.

클래식 공연 실제 애호가 수는?

강원도 춘천에 사는 지경석(32)씨는 전형적인 클래식 애호가다. 춘천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도 챙겨보고 뉴욕 필 같은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빠뜨리지 않고 서울 친척집에 머물면서 찾아다닌다.

클래식 공연계를 지탱해주는 지씨 같은 열성 팬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업계에서 보는 클래식 팬은 줄잡아 3만명선. 클래식 동호회 회원 수, 음반 판매량을 통해 유추한 수치다.

이 가운데 지씨처럼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을 비싼 돈을 치르고서 보는 이들을 진짜 골수 팬으로 추산하는데, 대략 3만명의 10%인 3000명 정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대형 공연이 주로 열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좌석 수(2600석)에 평균 공연 횟수인 2회를 곱한 것에서 기획사나 협찬·후원사 몫으로 떨어지는 초대권 비율(40% 남짓)을 빼서 계산한 숫자다. 이는 연회비를 내면서 공연을 적극적으로 관람하는 예술의전당이나 국립오페라단의 회원 수인 2000~4000명과도 거의 일치한다. 실제 뉴욕 필을 초청한 금호아시아나 쪽은 이번에 3000여석 가량을 일반 판매용으로 풀었다.

25만원 ‘뉴욕 필’ 한달 전에 매진
40만원 ‘빈 필’ 4주만에 동나

그런데도 잘 팔리는 이유는?

실제 적극적인 향유층은 이렇게 많지 않은데도 수십만원짜리 티켓이 동이 나기 때문에 유명 공연의 입장료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베를린·빈·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항상 매진이다.

공연 주최 쪽은 단원이 수십명이어서 개런티와 체재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표 값이 비싸진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이유는 기업들이 최근 문화공연 관람을 새로운 접대 방식으로 선호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 처지에서는 술접대 등 기존 접대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접대를 받는 쪽에서도 부담이 없는 이런 문화 공연 표를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접대용 구매 비율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값이 비쌀수록 기업들이 선호하게 되고, 공연을 기획하는 업체들도 이런 점을 이용해 가격을 점점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클래식계는 장기적으로 볼 때 비싼 값에도 흥행이 잘되는 것이 꼭 반길 만한 현상은 아니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래의 클래식 팬 저변을 넓히는 데에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기획사들이 기업들 수요를 감안해 올렸던 티켓 값을 조정해나가는 한편 기업들도 접대용 티켓 구매보다는 메세나 형식으로 연주단체를 후원하는 방식을 더 많이 고려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일반 애호가들에겐 되레 장벽

클래식 장기적 발전 걸림돌

클래식 공연 입장권 값이 점점 비싸지는 현상은 오히려 클래식의 장기적 발전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일반 애호가들이 비싼 표 값 때문에 클래식을 즐길 기회를 봉쇄당해 팬층이 넓어지기 어려워진다. 특히 미래의 클래식 고객이 될 젊은 팬들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좋은 공연에 접근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실제 티켓링크가 지난 1년간 클래식 공연 관람계층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40~49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32.9%로 가장 높고, 30~39살이 24%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앞으로 클래식 소비 가능성이 높은 0~19살은 7.6%에 그쳤다. 티켓링크 유경숙 팀장은 “청소년들이 클래식을 많이 접해야 팬층이 두터워지는데, 현재로서는 돈 있는 40~50대가 선물용으로 표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젊은 음악 지망생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의 실제 공연을 접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전문연주자는 “학생들에게 외국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을 자주 보라고 권하기도 부담스럽다”며 “음악적으로 성장 단계에 있는 젊은 음악학도들이 좋은 연주를 무리하지 않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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