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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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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의 대부’ 신중현씨, 음악인생 45년 마감 콘서트
“1970년대는 음악인에게 최악의 시절이었지만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이겨내 지금까지 떳떳하게 음악을 부르짖을 수 있게 됐습니다.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45년 동안의 공연 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마지막 공연 ‘더 라스트 콘서트-내 기타는 잠들이 않는다’의 서울 공연을 앞두고 16일 열린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신중현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이렇다할 음악이 없을 때 기타를 들고 휘젓고 다니며 강제로 들려드리다시피 곡을 쓰고 음반을 냈다”며 “지금 생각하면 참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어려웠던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연계를 떠나는 길에도 그는 한국의 공연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요즘에는 성공하기 위해 립싱크를 하거나 댄스음악을 하는 후배들도 많은데 진정한 음악인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자식이 귀여우면 매를 들라는 속담이 있듯이 후배들이 비뚤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냉정히 얘기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후배들이 대중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음악, 문화적인 소양을 갖추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음악을 갖고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대를 떠나는 감회에 대해서는 “시대의 흐름이 바뀐 만큼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며 “노인네가 자꾸 자기 음악 들으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며 허허 웃었다. 모든 걸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던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얘기가 나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70년대 전후 한국의 대중음악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박정희 정권의 문화 탄압으로 그 맥이 끊겼다”며 “한 나라의 얼굴인 대중음악이 군사정권의 폭력에 짓밟혔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음반시장 상황이 안 좋지만 음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음반을 낼 수 없다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음악 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포토라인에 카메라가 몰려들자 60대 후반으로 접어든 ‘한국 록의 대부’의 얼굴에는 이내 쑥스럽고 장난기 어린 젊은 시절의 표정이 떠올랐다. 지난 7월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와 제주까지 은퇴 투어를 펼친 그는 12월17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생애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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