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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씨 기획 ‘비보이 코리아’
브레이크 댄스와 국악 버무려
전용관 세우고 내달 국내 개막
“완성도는 점차 높여나가야죠”
1997년 송승환씨가 비언어 퍼포먼스인 <난타>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해도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다. 공연 내내 대사 없이 소음처럼 두드려대는 배우들의 동작과 익살스런 표정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것은 더더욱.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난타>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정도가 됐다. 난타로 공연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공연 기획의 귀재’ 송승환(PMC프로덕션 대표)이 이번에는 ‘비보이’(브레이크 댄서)를 새로운 승부수로 골랐다. 브레이크 댄스에 대금·가야금·해금·북·장구 등 전통악기와 이야기를 입힌 <비보이 코리아>를 선보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도전하는 것이다. <난타>의 성공코드였던 사물놀이 리듬의 음악과 춤, 마임을 브레이크 댄스에 결합해 국경과 세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난타> 후속으로 비보이를 택한 것은 필연이에요. 소리 다음이 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차피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면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비언어 퍼포먼스여야 하거든요. 최고의 춤꾼이라는 인프라가 이미 한국에 구축돼 있고, 비보이와 국악의 결합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16일 오후 서울 정동 비보이 전용관에서 만난 송 대표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의 이면에는 브레이크 댄스를 이미 공연물로 기획했다가 실패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2002년 ‘주유소를 배경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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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사나 반전 같은 극적 상황 없이 드라마 형태의 공연을 한다는 것은 역시 모험에 가깝다. 14일 제작발표회에서 선보인 <비보이 코리아>는 국악을 가미한다는 것 외에 ‘댄스 배틀’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와 평이한 춤으로 <비사발> 등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전설의 비보이 ‘블랙포인트’와 비겁한 수법으로 최고가 된 ‘야비’와의 갈등과 경쟁이 줄거리를 이루는데, 일반적으로 보아온 비보이들의 춤과 눈에 띄게 다르지는 않다. 대신 극을 이끄는 28곡의 음악은 모두 창작곡이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국악이란 것이 새롭다. 송 대표도 아직까지는 “드라마로 구성하는 창작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한다. “<난타>도 초연작과 지금의 작품은 제목만 같을 뿐 많이 바뀌었습니다. 노출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겁니다.” 송 대표는 <비보이 코리아>가 아직 100% 완성품은 아니지만 ‘한류 열풍’이란 배경을 타고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서양 댄스음악이 한국 가요와 만나 아시아 시장에서 먹혀들었듯 브레이크 댄스도 한국적인 색깔로 새로 태어나면서 역시 아시아를 공략할 문화상품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비보이 코리아>는 <난타>에서 배우로 출연했던 김병호씨가 연출을, 영화 <쉬리>의 작곡가 이동준씨가 작곡을, 팝핀현준이 안무를 맡았다. 12월5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비보이코리아 전용극장. 4만~5만원. (02)739-8288.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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