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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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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왓 이스 쿨 체인지’ 낸 전제덕
“한국에서 연주하면 ‘최초’와 ‘최고’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모니카를 택했습니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2)씨가 당차게 밝히듯 2년 전 낸 전씨의 데뷔 음반 <전제덕>은 ‘국내 최초 하모니카 연주 앨범’이었다. 그리고 그 음반으로 그는 ‘국내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가 됐다. 그가 최근 2집 <왓 이스 쿨 체인지>을 내놨다. 어쿠스틱 사운드로 서정성 짙은 재즈를 연주했던 1집과 달리 2집은 하모니카 소리에 효과음을 입히고 소울과 펑크를 보태 변신을 시도했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연주해 새로운 피아노 음색을 들려줬던 칙 코리아처럼 하모니카의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1집이 잘 정돈된 화단처럼 꽉 짠 팝사운드 위주라면 이번 2집은 듬성듬성 잡초도 있는, 멜로디의 발전에 중점을 둔 연주곡 중심입니다.” 지난 10월, 전씨는 2집 준비로 한창 바쁜 도중에도 일본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재즈평론가들은 그의 음악이 일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전씨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활동해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즉흥 연주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일본 하모니카 연주자들에게는 부족한 흑인음악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전씨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중학교 때부터 장구채를 잡고 사물놀이에 열정을 쏟았던 그를 재즈로 이끈 것은 스티비 원더의 노래 <수퍼스티션>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이 노래를 들은 뒤 그는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통해 흑인음악에 빠져들었다. “사물놀이가 아닌 다른 음악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걸로 평생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뒤 세계적인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망의 연주를 듣고는 하모니카에 반해 이 조그만 악기에 평생을 걸게 됐다. 신나게 두들기는 국악 리듬악기에서 조심스레 한음씩 불어야 하는 양악 멜로디 악기로 그야말로 180도 변신한 것이다. 악보도, 스승도 없이 입술이 찢어지고 혀가 까지도록 혼자 8년 동안 독학해 내놓은 음반이 1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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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덕 2집 ‘왓 이스 쿨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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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음반에서 소울과 펑크 시도
‘장애인’ 수식어 음악으로 극복할 터
22~25일 단독 콘서트 전씨는 데뷔 당시 국내에선 드문 독특한 악기 연주자란 점말고도 장애를 이겨낸 의지의 연주자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태어난 지 보름 만에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란 점 때문에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보다 항상 ‘시각장애인’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많은 관심을 받은 대신 연주실력이 가려지는 게 섭섭할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섭섭하지 않아요. 한번 고정된 시선은 아무리 다른 걸 얘기해도 바뀌지 않으니…. 시간이 흐르면 음악만으로도 충분해지겠죠.” 장애인들의 삶은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삶일 수밖에 없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이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안마시술사, 시각장애인학교 선생, 목사 등 열손가락에도 채 안 꼽히는 사회에서 살려면 나름대로 타협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음악에서만은 절대로 타협 안 합니다. 음악까지 타협해야 하면 음악을 안했을 거예요.”
그는 오는 22~25일 SC제일은행 본점 이벤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문의 (02)3143-5480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제이에이치 제공 *인터넷 한겨레에서 2집에 실린 <투 스토리스>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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