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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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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정규음반 '토크…' 발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어요. 그런데 큰 눈덩이를 들려고 하다가 허리를 그만 삐끗했죠. 그래서 요즘 침을 맞고 있습니다." 결혼 후 발매하는 첫 정규음반이기 때문일까. 4년 만에 정규음반을 내놓는 가수 김현철(37)은 인터뷰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부터 유쾌하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결혼은 그의 음악과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결혼을 했다고 해서 제 음악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저는 직진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보면 그것이 나뭇가지처럼 꺾여 보일 뿐입니다. 다만 결혼 전에는 '김현철의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남을 돕고 도움을 받는 음악을 알아가고 있죠. 생활에서도 내가 아닌 아이들이 중심이 됐습니다." 다소 막연한 코멘트이지만 이번 9집 '토크 어바우트 러브(Talk About Love)'를 들어보면 의문이 살며시 풀려나간다. 1989년 데뷔 후 '춘천 가는 기차' '달의 몰락' 등에서 세련된 선율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그는 이 앨범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인생의 깊은 맛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음식이나 미술 등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알아갈수록 기름기를 빼고 싶어합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기름기보다는 제 생각과 사람들의 생각을 진실하게 일치시키려고 애썼죠. 악기를 별로 쓰지 않았고, 보컬 톤도 멋있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발가벗었다는 느낌으로 솔직하게 만들었어요." 타이틀곡인 '결혼도 못하고'는 친구의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곡을 만들었다. "택시 안에서 완성할 정도로 금방 그 가사를 썼다"는 그는 '그래요, 결혼도 못하고 지금까지도 그댈 이리 그리워 한 걸요, 그러합니다' 등 후렴부분은 친구의 심정이 돼 가사를 만들었다. 그는 이 곡 외에 부인에게 바치는 '켈리(Kelly)'를 비롯하여 '토크 어바우트 러브' '노을 복숭아' 만 직접 작곡을 했고 나머지는 노래는 동료에게 맡겼다."'원더풀 라디오(Wonder Radio)' '그 언젠가는(유학)' 등은 다른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어요. 다른 작곡가가 만든 앞 부분을 들어보고 좋다고 판단하면 뒷부분은 제가 맡는 식이었어요. 이처럼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함께 작곡하는 방식은 앞으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원더풀 라디오'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걸친 이들이 타깃이다. 라디오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감성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곡이다. 또 특유의 퓨전재즈 분위기가 전해지는 '에스프레소-마키아토(Espresso-Macchiato)'는 커피의 제조 과정을 재미있게 가사로 담았다. 예전과 달리 포크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곡도 실었다. '토크 어바우트 러브'와 '그 언젠가는(유학)' 등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비틀스의 음악처럼 간단한 (구조의) 곡'이다. 음반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과 함께 그는 '정규음반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뮤지컬 '더 플레이'의 작곡을 맡았고, 어린이를 위한 키즈팝 음반도 2장을 냈다. 내년 7월께 무대에 오를 뮤지컬 '8인의 여인들'과 영화 '마이 파더'의 OST도 작곡할 예정이다. 또 창작캐럴 4곡과 일반캐럴 8곡을 담은 키즈팝 캐럴 음반도 준비 중이다. "결혼 전에는 강렬한 색만으로 달려왔다면, 결혼 후에는 그 외에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뮤지컬 키즈팝 OST 등은 평소에 늘 하고 싶었던 장르입니다. 이제 제 속에 존재했던 스펙트럼을 하나씩 차례로 꺼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영역을 수평적으로 넓혀가고 싶어요." 제작자 및 프로듀서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직접 설립한 로지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그는 신인 더원을 발탁해 음반을 냈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 출연 중인 차지연은 내년쯤 정식 가수로 나설 예정이다. 한편 그는 내년 2월부터 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데뷔 후 줄곧 중대형 극장에서만 공연을 해왔다"는 그는 "관객과 눈을 맞춰보고 싶어서 소극장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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