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8 14:52
수정 : 2006.12.28 15:10
과거와 현대의 공존
더 글램(The Glam)이라는 밴드의 이름을 처음 듣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 이번 앨범 <…Who?>는 그들의 2집 앨범에 해당한다. 1집 작업당시부터 글램에게는 불운이 계속되었다. 작업중에 기타와 드럼을 맡던 맴버가 탈퇴하여 새로 드럼을 영입하고 보컬인 박용국이 기타를 맡아 간신히 녹음 작업을 마무리하여 앨범을 발매하였지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자마자 다시 베이스와 드럼이 탈퇴하여 1집 활동은 중단되고 앨범은 완전히 묻혀 버리고만 것이다. (덕분에 필자가 이번 앨범 <…Who?>를 구입할 때 1집 앨범까지 덤으로 받았다.)
<…Who?>는 두장의 CD에 총 20곡을 담은 앨범으로 한 락커의 인생을 담은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70년대 정통 락 스타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하드락과 글램락을 전면에 배치하고 동시에 90년대식 얼터너티브 모던록과 브릿팝 모던록 스타일의 기타 리프가 그 뒤를 떠받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강렬하면서 몽환적인 사운드와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의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앨범의 수록곡 중 ‘Shake Dance’는 밴드의 이름인 글램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본래 1집에 수록된 곡으로 베이스와 드럼 비트를 강조하여 편곡하였다. 화려한 글램락의 스타일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으며 빠른 질주감과 몽환적인 사운드로 듣는 이의 귀를 잡아 끈다. 그리고 평소 그들이 좋아 하던 곡인 앨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와 도어스의 ‘Break On Through’을 보다 강한 사운드 스타일로 리메이크하여 듣는 이에게 흥미를 주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앨범이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음악만을 듣고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재킷에 나온 설명을 읽어 보면 다소 작위적인 느낌마저 든다. 또한 중간에 스토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곡들도 섞여 있어 과연 일관된 의도로 앨범의 컨셉을 구현하려 했는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그리고 음악적인 면에서 ‘꿈’이나 ‘미치도록 슬프게’와 같은 모던록 스타일의 곡에서 박용국이 보여준 보컬 톤은 그다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단점은 긴 런닝타임 동안 전체적인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부분이 간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밀도 높은 연주와 이를 뒷받침하는 녹음에 비해 앨범 내의 곡의 배열과 구성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지니는 높은 사운드적 완성도는 부인할 수 없다. 요즘 유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과거 스타일의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탓에 대중들에겐 약간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짙은 밀도를 지닌 이 앨범의 사운드는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다양성’과 ‘조화’라는 말이 희박한 우리 대중음악 현실에 비추어 볼때 <…Who?>는 분명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01 바이러스
02 Rock & Roll
03 Rocker
04 꿈 (Believe Your Dream)
05 Get Away
06 뒤늦은 사랑
07 내가 뒤집어 버리겠어
08 Can't Help Falling In Love
09 중독
10 회색빛 겨울
11 Rock & Roll (Reprise)
12 Who
13 Break On Through (To The Other Side)
14 Negative Smile
15 무위 (無爲 - Inst. )
16 Shake Dance
17 JIA
18 깨어나
19 눈 오는 밤 마지막 겨울.. (Inst. )
20 미치도록 슬프게
평점 ★★★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