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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4 17:59 수정 : 2007.01.30 16:18

김지숙씨

연극 ‘졸업’서 파격 노출하는 김지숙씨

“젊었을 때 벗는 연기를 했다면, 지금쯤 아파트 다섯채는 갖고 있었을 거예요. 왜 이제서야 벗냐고요? 작품이 너무 좋고, 연기변신을 하는 데 이만한 작품이 없으니까요. 내가 언제 또 벗겠어요? 이 작품을 끝내고 나면 굉장히 성숙해질 것 같아요.”

배우 김지숙(49)이 다음달 3일부터 상연되는 연극 〈졸업〉에서 상반신을 포함한 파격 노출을 감행한다. 지난 30여년간 선 굵고 섹시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그가 신체노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왜 팽팽한 20대가 아닌 쉰살을 앞두고 이제서야 노출신을 하는 걸까?

“전에는 벗는다는 게 돈을 위해 영혼을 파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작품을 위해 벗을 수 있겠다 싶어요. 쓸데 없는 걱정 없이 당당하게 무대에 서보자는 그런거요.”

사실 그가 노출 연기를 선뜻 결정하는 데는 ‘나이’가 한 몫했다. 그가 맡은 로빈슨 부인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고, 중년 여성이 겪는 여성성의 상실과 젊은 남자와의 사랑을 통해 삶의 희망을 얻는다는 설정이 그에게 와닿았기 때문. 여배우라면 이쁘고, 날씬하고 젊어야 한다는 선입견도 깨고 싶었다고 한다.

‘작품 위해 벗는다’…쉰살 앞두고 변신
젊은남자 사랑하며 희망 얻는 설정 공감
나이 먹은 여배우 절망감서 자유 얻어

“저 역시 나이 먹어가면서 여배우로서 끝이구나 하는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몸매는 비록 60% 정도 만족하지만.”

연극에서 그가 맡은 로빈슨 부인은 명문대 졸업 뒤 방황하는 아들뻘의 벤자민(송창의)을 유혹하는 역이다. 영화 속 로빈슨 부인이 단순히 타락하고 도발적인 여성이었다면, 연극 속에서는 벤자민을 유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여성성의 상실과 한 남자를 두고 딸과 삼각관계에 빠진 어머니의 고뇌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새롭게 더해졌다.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과 불륜을 통해 여성으로서 자신의 매력을 깨닫게 되고, 삶에 있어서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죠. 나 역시 이 연극을 통해 나를 되짚어보고 새 출발을 할 거예요. 졸업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인 것처럼요.”


로빈슨 부인에서 자신을 본 것일까. 그에게선 연습에 따른 피곤함이나 노출연기를 앞둔 스트레스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행복해서 걱정이에요. 당당하고 멋진 로빈슨 부인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대본을 받자마자 “내가 하겠다”고 나섰을 만큼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영화 〈졸업〉은 더스틴 호프만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명연기,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트랙, 마지막 결혼식 장면으로 기억되는 명화. 연극 역시 2000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돼 2년간 매진 속에 공연됐으며, 2002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사상 최고 예매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초연인데, 단일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졸업 시즌 3주 동안 장기 공연된다.

그는 이번 연극이 끝난 뒤에도 쓰가 고헤이의 〈뜨거운 바다〉와 〈로망스〉, 마지막 황태자비가 될 뻔했던 민갑완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에 출연할 계획이다. 2월3~25일 아르코예술극장. 3만~5만원. 19살 이상 가. (02)3485-8700.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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