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거장 그루신, 이태원과 이메일 대담
이태원이 이끄는 재즈오텍 신보에 참여
프로듀서, 작곡가, 편곡자 등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재즈 건반 연주자 데이브 그루신.
베니 굿맨 등 전설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레코딩 작업을 했고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바브라 스트라이전드 등 유명 뮤지션의 앨범 프로듀서와 편곡자를 맡기도 한 그가 최근 한국의 '무명' 뮤지션의 음반에 피처링 참여를 해 화제를 모았다.
그루신과 함께 작업을 한 행운의 주인공은 프로젝트 밴드 재즈오텍. 그루신은 이태원이 작사ㆍ작곡ㆍ프로듀서를 맡은 재즈오텍의 최근 음반 '렛츠 고 아웃(Let's Go Out)'의 동명 타이틀곡과 '핸즈 오브 마이 마인드(Hands of My Mind)' 등 두 곡의 작업에 참여했다.
이번에 2집을 낸 재즈오텍의 리더 이태원은 대중적이고 감각적이며 멜로디가 강한 '스무드 재즈(Smooth Jazz)'를 선보여왔다. 그는 1999년 일본의 퓨전재즈 그룹 티 스퀘어의 멤버와도 싱글 작업을 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재즈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해외 재즈 거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태원이 그루신과 '이메일 대담'을 나눴다. 이태원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루신에게 작업 과정에서 느낀 소감 등을 이메일로 물었고, 그 답에 대해 이태원이 다시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작업을 하면서 갖게 된 서로에 대한 느낌은.
▲이태원은 젊고 재능 있는 뮤지션이다. 특히 프로듀서로서 팝과 재즈 요소를 함께 공존시키는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한국에는 스무드 재즈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던데, 이태원의 음반이 스무드 재즈를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그루신) ▲'대가'이기 전에 '프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의 무명 뮤지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70대 중반의 나이에 5시간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동안 직접 운전해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로 왔다. 또 녹음 전에 이메일을 통해 작업에 관한 내 의견을 물어보고 그에 맞춰 연습했다. 이런 그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고 대단히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함께 식사를 하고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는 정겨운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이태원, 이하 이) --작업과정에서 느낀 인상은 어땠나. 또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 없었나. ▲미국까지 와서 작업하는 이태원의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게 돼 기뻤다. 이번 음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그루신) ▲처음 그가 준비해 온 솔로를 듣고 너무 재지(jazzy)한 것 같아서 '제 앨범은 스무드 재즈 앨범입니다. 좀 더 팝적으로 연주해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그가 '그럼 왜 이런 늙은이를 불렀나. 다른 젊은 피아니스트를 고용하라'고 농담을 던져 웃었던 기억이 난다.(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인연은. ▲그루신은 나에게 음악적 영웅이다. 2005년 그루신의 한국 공연 때 지인의 소개로 뒤풀이 장소에 합류, 처음 인사를 나눴다. 그때 내 1집을 들려줬으며 농담 삼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정말로 응답이 왔다. 나의 우상과 작업하게 돼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이) --한국 재즈 뮤지션의 성향과 수준은.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느낌을 표현해내는 방법이 뛰어난 것 같다. 한국 재즈 뮤지션의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 볼 때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머지않아 세계적인 뮤지션이 한국에서도 등장할 것 같다.(그루신) --국악과 접목해볼 생각은 없는가. ▲한국 전통음악은 특히 타악기가 발달한 것으로 안다. 뉴욕에서 타악기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인상 깊었다. 두드림의 강약 조절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타악기와 즉흥 연주로 감정 표현을 쉼 없이 할 수 있는 재즈는 많이 닮았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음악 작업 때 한국 국악을 꼭 한번 삽입하고 싶다.(그루신) --스무드 재즈를 하는 이유는. ▲재즈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렇지 않다는 요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즈의 대중성을 극대화한 것이 스무드 재즈다. 그렇다고 해서 스무드 재즈가 정통 재즈에 비해 결코 가볍거나 낮은 수준의 장르로 치부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프로듀싱 과정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손이 가는 부분도 더 많다. 내 앨범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즐기기를 바란다.(이) --근황은. ▲투어를 끝내고 건강을 돌보며 잠시 쉬면서 다음 영화음악 작업 구상을 하고 있다. 이태원이 선물한 한국 인삼이 건강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된다.(그루신)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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