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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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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전국투어 나선 ‘나무자전거’
손해 각오한 만원짜리 콘서트900석에도 불구 4차례 매진
“겨우 회식비만 건졌지만
관객과의 만남 돈으로 못사” 만원짜리 콘서트와 통기타. 빛바랜 사진 속 얘기일 것만 같은 이 두 가지 재료로 나무자전거는 ‘최신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시디나 엠피3 등 녹음된 음원이 주를 이루는 시대지만, 가수의 원초적인 의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입니다. 가수로서의 아우라도 그렇게 생기지요. 손해 보더라도 최대한 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어 모험을 택했습니다.” 모험의 결과는 ‘뻑적지근한’ 성공이었다. 포크 듀오 나무자전거의 강인봉(41), 김형섭(39)씨가 지난달 13~14일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연 ‘만원의 행복’ 콘서트는 900석 규모 공연 네 차례 모두 매진됐다. “티켓값이 만원인데도 사람들이 안 오면 우리 음악 자체를 안 좋아한다는 건데, 그러면 어쩌나 하고 공연하기 전까지 걱정도 많이 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오셨고, 행복한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티켓값이 큰 부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씨가 30년 넘게, 김씨도 20년 가까이 “연예인이 아닌 생활인으로”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팬들의 주머니 사정 챙기는 마음이 자기들 주머니 속 들여다보듯 세심하다. “요즘 대중음악 콘서트도 한번 제대로 보려면 거의 10만원은 있어야 합니다. 우리 팬들 가운데 연봉 3000만원 넘어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한달에 많아야 30만원 정도를 용돈으로 쓴다고 하면, 이 가운데 3분의 1이 콘서트 한번 보는 것으로 후딱 날아가 버리는 겁니다. 공연 한 번 보고 한달을 굶다시피 해야 하다니, 팬들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1999년 ‘세발 자전거’ 에서 함께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은 2001년 송봉주씨의 ‘풍경’과 만나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노래해왔다. 강씨는 1975년 6남1녀 형제들이 만든 7인조 그룹 ‘작은별 가족’의 막내로 노래를 시작했고, 김씨는 88년 ‘여행스케치’ 멤버로 데뷔했다. 10대 위주의 가수들로 굳어진 음악판에서 이들이 처음 자탄풍을 시작했을 때에는 매니저 하겠다는 사람도 없어 강씨가 직접 음반 홍보까지 도맡아 했다. 그래서 당시 강씨의 별명은 ‘싱어송 매니저’였다.
통기타 줄 퉁기는 손에 박힌 굳은살이 보이는 듯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들의 음악은 뒤늦게 빛을 봤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보물> 등이 영화와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방송출연 없이도 입소문과 노래 자체의 힘만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너에게…>가 20대는 물론 30대 이상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모으며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최고 인기곡이 되었다. 자신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에 목말라했던 30대 이상 가요팬들은 같은 또래인 자탄풍의 콘서트장을 찾아 모처럼 팬으로서 열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2005년 자탄풍은 ‘풍경’과 ‘나무자전거’로 나누어졌고, 나무자전거는 음반 2장을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만원짜리 공연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느날 술자리에서 무르익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팬들을 위해 보답할 게 없나 늘 고민해오던 터에 ‘무료 공연’까지는 못되어도 ‘만원짜리’라면 해볼 법했다. “1000만원 정도 손해 날 걸 각오하고”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500석 이하 소규모 공연장 규모는 오히려 900석으로 늘리기로 하고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모든 거품과 꾸밈을 사정없이 걷어냈다. 웅장한 화음을 보탰던 40인조 오케스트라 반주 대신 두사람이 라디오 방송 진행하듯 관객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연을 꾸렸다. 결과는? 공연 뒤 뽑아본 대차대조표에는 ‘수입 3500만원’(+), ‘제작비 2500만원’(-)에 홍보전단물과 티켓예매 수수료 등 비용 500만원(-)이 적혀 있었다. 인건비를 빼면 회식비 정도가 남았다. 공연계 불황으로 적자공연이 난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성공’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연을 할수록 적자죠. 그 시간에 행사 한번 가면 공연 두번 하는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관객들과 만남으로써 얻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원의 행복’을 더 많은 곳에 전염시키기 위해 이들은 만원 콘서트를 전국 투어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오는 25일 울산에서 시작해 3월에는 부산, 안양, 제주, 전주 등을 돈다. 문의 (02)712-4426.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윈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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