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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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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발 기획 전국 확산
값 싼데다 수준있는 연주
각종 모임·문화향수 기회로
“낮시간에 클래식을 들을 수 있어서 자주 와요. 클래식을 잘 몰라도, 음악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까 더 좋고요.”(유정순·56)
자녀와 남편을 출근시킨 여성들이 가장 한가한 시간은? 오전 11시다. 지난 8일 낮 예술의 전당은 ‘11시 콘서트’를 보러 온 여성들로 붐볐다. 20대 임신부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남성도 있고, 커플도 있지만 여성 관객 비율이 80%를 넘는다. 가족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시간을 갖는 데 인색했던 여성들에게 11시 콘서트가 ‘해방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이 2004년부터 매월 둘쨋주 목요일에 여는 ‘11시 콘서트’는 요즘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여서 공연마다 만원사례다. 지금까지 다녀간 관객은 모두 7만6천여명. 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태굣거리를 찾는 임신부들, 그리고 계모임 장소를 찾는 여성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송차선(42)씨는 “고등학교 동창모임을 ‘11시 콘서트’로 하고 있다”며 “음악공부를 하게 될 뿐 아니라 콘서트를 보고 점심을 먹는 프로그램이 주부들에게 딱”이라고 말했다.
11시 콘서트의 성공은 ‘저녁에 하는 값비싸고, 어려운 공연’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표도 2만원으로 균일하면서도 최고 수준의 연주를 선사한다. 피아니스트인 김용배 사장이 직접 나와 설명을 곁들여 클래식 초보자도 재미있게 공연을 볼 수 있다. 임신 8개월째인 박현정(30)씨는 “지난달부터 오는데, 그 이전까지는 콘서트 공연을 다닌 적이 없다”며 “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태교와 자기계발에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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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콘서트 즐기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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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전국의 공연장들도 잇달아 낮에 하는 콘서트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셋쨋주 오전 11시 ‘마티네 콘서트’를 시작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오페라 칼럼니스트인 박종호씨와 지휘자 금난새씨가 차례로 해설자로 나서고, 관람객들에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제공한다. 이 밖에 경기도문화의 전당 ‘립스틱 콘서트’, 덕양어울림누리 ‘아침음악 나들이’, 안양평촌아트홀 ‘아침 음악회’, 나루아트센터 ‘뮤직테라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아침을 여는 클래식’, 울산 문예회관 ‘11시 모닝콘서트’, 김해 문화의 전당 ‘아침의 음악회’, 부산 시민회관 ‘웰빙 콘서트’, 창원 성산아트홀 ‘모닝콘서트’,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모닝콘서트’ 등이 있다. 클래식뿐 아니라 성악, 국악, 퓨전음악, 발레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인다. 실황 공연 형식은 아니지만, 노원 문화예술회관은 2005년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등을 영상으로 보는 ‘클래식음악감상실’을 열고 있다. 올해부터는 충무아트홀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굿모닝 콘서트’와 ‘브런치발레’ 프로그램으로 이 대열에 가세한다. 주부들에게 ‘낮 11시’는 더이상 집안에서 소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으로 교양을 살찌우는’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예술의전당·성남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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