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4 18:08
수정 : 2007.02.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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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물탱크를 개조한 원통형의 수직 공간에 차려진 ‘대안공간 젊은 작가들의 시선’전 전시장 모습. 작가그룹 플라잉시티의 조형물과 작가 이용백씨의 영상물 <에인절 솔저>가 보인다. 다른 사진은 출품작가 김기라씨가 서구인의 오리엔탈리즘을 풍자해 만든 설치작품인 <편집증 환자의 비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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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 아트페어’서 젊은 작가 작품 주목
“물탱크? 이젠 한국 현대미술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물론 층마다 생산품은 각기 다르지만요.”
14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기자 출신의 여성기획자 주느비에브는 씩 웃으며 전시장 곳곳을 가리켰다. 높이 40m를 넘는, 휑하게 트인 중앙부를 중심으로 난간처럼 둘레에 바닥판을 두른 5층짜리 저장고의 얼개가 보인다. 200년간 비상용 물탱크로 썼던 이 건물의 1층 중앙에 투명 비닐로 된 원통형 전시 플랭카드가 걸렸다. 층마다 한국 도시를 성찰하는 젊은 작가들의 영상, 사진, 설치작업들이 선물세트처럼 들어찼다. 천박한 도시문화에 대한 냉소와 풍자가 잼처럼 곳곳에 스며든 작업들이다.
14일 저녁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 북쪽의 옛적 물탱크 건물에서 주느비에브의 기획으로 개막한 이 전시는 ‘도시성을 둘러싼 문제들-대안공간 젊은 작가들의 시선’이란 제목을 달았다. 한국이 주빈국이 된 스페인의 국제미술장터 아르코 아트페어의 주빈국 딸림 전시인 이 기획전이 개막전부터 백남준 특별전 못지않게 화제다.
주느비에브는 주빈국 전시에서 유일한 외국인 기획자로 선정된 뒤인 지난해 9~10월 한국에 와서 홍대 앞 대안공간 등의 작업실을 직접 돌았다. 출품할 작가 8명을 직접 골랐다. 연말까지 작업 컨셉트 논의를 마치고 지난달 말부터 작가들과 본격적인 작품 설치를 시작했다. 원통형 창고와 같은 거친 얼개가 작가와 기획자들의 도전의욕을 자극했다. 1층부터 5층까지 층층이 놓인 작업들 대부분이 도시인의 일상적인 감각과 인식을 깨는 작업들이다. 철거, 재건축 공사 현장의 흙더미 땅위에서 땅짚고 헤엄치는 고승욱씨의 ‘과격·단순’한 퍼포먼스 영상, 헬스클럽에서 에어로빅하는 한국 아줌마들의 모습을 고속 촬영해 그들의 에너지를 원심분리시키고, 키치 골동품 세트 가구 등을 풍자적으로 재현해 서구인의 오리엔탈리즘을 까발린 김기라씨의 작품 등 1층 영상들이 그렇다. 맏형격인 이용백 작가는 꽃잎 위장복 병사의 매복 장면을 숨은 그림 찾듯 봐야하는 ‘에인절 솔저’ 동영상을 허공에 매달았다. 대도시 서울의 인구, 경제 집중을 보여주려고 땅위에서 통계 그래프가 솟구치는 입체 서울 지도를 만든 플라잉시티,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의 예술인 점거운동(스?R)을 벌였던 작가모임 오아시스의 쟁쟁한 불법투쟁(?)자료와 영상들도 전시장에 들어왔다. 작가 이용백씨는 “작가들의 요구를 대부분 포용하면서도 전시현장의 디테일을 시어머니처럼 챙겨준 기획자와 서로의 작업들을 존중해준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전시를 통해 미술공동체를 만들었다”며 “모처럼 즐겁게 작업했다”고 웃었다. 고딕식 외관을 한 이 옛 물탱크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힘이 날것 그대로 펄떡이고 있다.
마드리드/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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