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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30 18:09 수정 : 2007.03.30 18:09

태양의 서커스 ‘퀴담’

29일 베일벗은 태양의 서커스 ‘퀴담’

서커스·마임 등 볼거리 풍부
기교면에선 아쉬움 남겨

‘갖가지 나물을 섞어 잘 차려낸 비빔밥. 고추장이 덜 들어가 싱거운 맛?’

29일 베일을 벗은 소문난 잔치, ‘태양의 서커스’의 〈퀴담(Quidam)〉의 주메뉴는 ‘비빔밥’이었다. 눈요깃거리뿐만 아니라 맛도 괜찮았다. 공연계의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이라는 ‘퀴담’의 뜻처럼, 〈퀴담〉은 한 소녀가 낯선 행인을 만나 경험하는 현대인들의 신기한 모습을 서커스와 라이브 음악, 마임, 무용, 체조 등을 섞어 ‘아트 서커스’라는 풍성한 볼거리로 만든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신문을 읽는 아버지, 뜨개질을 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들에겐 어린 딸이 느끼는 무료감이나 소외감은 관심거리가 아니다. 이때 트렌치코트를 입은 머리 없는 퀴담이 우산을 쓰고 나타나는데, 소녀는 그가 놓고 간 모자를 쓴 뒤 홀로 꿈꾸었던 기이한 서커스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어 10여개의 독립된 서커스가 소녀의 여정을 따라 쉼없이 이어진다. 저먼 휠(커다란 바퀴)을 이용해 선보이는 동작이나 여러 명이 줄넘기를 하는 장면, 중국 소녀 4명이 선보이는 공중팽이 같은 묘기뿐 아니라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마임이 시종 관객의 눈길을 끈다. 하이라이트는 공중곡예인데, 기존의 서커스가 현대기술과 결합해 한층 정교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공중에 매달린 후프 위에서 배우 셋이 몸을 섞는 동작이나 빨간 실크천과 줄에 의지한 채 배우들이 무대 위아래를 순간적으로 오르내리는 장면, 그네 위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태양의 서커스 ‘퀴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뭔가 짜릿하고 감각적인 맛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특히 중국이나 북한의 기예·곡예단의 서커스를 경험했던 이들에겐 ‘기교면에서 싱겁다’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가슴을 졸이면서 출연자들의 동작을 본 뒤 성공했을 때 ‘와아~’ 하는 탄성과 박수를 이끌어낼 만한 장면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공중곡예나 애크러배틱 등의 난이도도 다른 서커스와 비교할 때 월등히 뛰어나다고 할 수 없고, 비슷한 동작이 반복된다. 서커스와 어우러진 풍성한 볼거리를 감안한다면야 부족함이 없지만, 일종의 마임쇼에 음악을 얹은 느낌이라고 할까.

다만, 두 명의 남녀가 서로 몸을 접촉하면서 하나의 조각상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15명의 아티스트가 4단의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장면 등은 〈퀴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다.

어쨌든 〈퀴담〉은 이채롭다. 지금까지 19개국 800만명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태양의 서커스’의 힘은 서커스라는 장르의 테크닉적인 기교의 우월성보다는 기존 서커스에 다양한 장르 예술을 섞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의 ‘비빔밥’을 잘 차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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