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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매료시킨 블랙뮤지컬 ‘우모자’. 사진 서울예술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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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매료시킨 블랙뮤지컬 ‘우모자’
둥둥둥…. 검은 대륙 남아프리카공화국 〈우모자(UMOJA)〉의 웅장한 북소리와 아카펠라 음악, 현란한 춤사위가 전세계인들의 심장을 울리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특유의 뮤지컬처럼 탄탄한 스토리 구조나 섬세한 노랫가락이 없는데도, 아프리카의 힘과 열정만으로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과거 〈아프리칸 풋프린트〉, 〈검부츠(Gumboots)〉가 인기를 끈 적이 있지만, 〈우모자〉의 성공은 이례적인데, 성공 비결은 ‘배우들의 에너지’다. “〈우모자〉의 배우들 연기에는 글도 깨치지 못한 채 절망적으로 살았던 이들이 뿜어내는 정신과 간절함이 녹아 있어요. 배우들이 느끼듯 관객들도 이들의 삶을 나의 것이라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죠.”(제작자 토드 트왈라) 이 작품은 원시 부족사회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세월을 거쳐 현대를 살아가는 남아공 사람들의 역사를 스윙재즈, 검부츠댄스, 그루브, 레게, 힙합의 음악과 춤으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토드 트왈라는 처음부터 대중적인 성공보다는 남아공 흑인들의 삶과 애환을 ‘날것 그대로’ 보여줄 만한 작품을 기획했다. 그래서 작품의 배경은 요하네스버그 거리, 불법 주점 쉬빈, 광산 같은 흑인들의 생활터전이고, 줄거리보다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배우들도 흑인 밀집지역에서 나고 자란 거리의 버려진 아이들로 골랐다. “심장 박동 같은 리듬과 아프리카인의 에너지를 때론 신나게, 때론 서글프게 그려내 감동과 교훈을 주고 싶었어요.” 남아공 사람들 험난한 역사음악·춤 실려 18일까지 무대
거리의 고아들 배우로 활동 그동안 아프리카나 흑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카르멘 존스〉와 〈포기와 베스〉를 시작으로 디즈니의 뮤지컬인 〈라이언킹〉, 〈아이다〉 등이 흑인 음악과 흑인 배우를 등장시켜 인기를 모았다. 〈라이프〉처럼 미국 안 흑인 사회를 다룬 작품도 있었다. 그렇지만 기껏해야 공연물의 흑인들이 부속품으로 활용되거나, 미국에서 흑인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자화자찬’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준에 머물러 관객의 마음을 100%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틈새를 〈우모자〉가 고유의 민족 음악과 소리, 드럼과 몸짓만을 활용해 파고든 셈이다. 5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상연하고 있는 〈우모자〉의 남녀 배우 40명은 인종차별로 점철된 아픈 남아공 흑인들의 삶을 몸을 통해 표현한다. 놀라운 발·손동작, 완벽한 하모니의 아카펠라 힘만으로 대사 없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돔파스’(흑인 신분증)를 지니고 다녀야 했던, 광산에서 검부츠를 신어야만 서로 대화할 수 있었던 남아공 흑인들의 고뇌와 절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모자〉는 2000년 남아공에서 초연된 뒤 이듬해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21년 동안 〈캣츠〉를 상연했던 뉴런던극장은 후속작으로 〈우모자〉를 택했고,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이스라엘, 일본, 미국 캐나다 등 26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토드 트왈라는 5월 중에 남아공에 1000석 규모의 전용관을 지어 장기공연물로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다. 〈우모자〉는 한국 공연 이후 4개월 동안 독일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5~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저녁 7시30분(월 공연 없음). 4만~12만원. 17~18일 김해 문화의전당. (02)548-4480.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서울예술기획 제공
“변방의 뮤지컬 성공 가능성 보았다”
한국상륙 도운 원종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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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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