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0 18:08
수정 : 2007.04.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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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르세 미술관 전경, 지엔씨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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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 ‘피리부는 소년’
고갱 ‘황색 그리스도’
밀레 ‘만종’ 등 대표 명화
9월2일까지 한가람미술관 전시
실물로 보는 맛
교과서, 도록을 보며 눈맛만 다셨던 프랑스 파리의 1급 명화들이 서울 나들이를 한다.
그 전시 마당은 서울 예술의전당이 서울방송과 함께 차린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전. 21일부터 9월2일까지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9세기 인상파 그림의 보고인 이 미술관 소장품 중 ‘콕 집은 명품 그림’ 44점을 골라 내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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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과 〈타히티의 여인들〉, 밀레의 〈만종〉.
지엔씨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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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전시는 2000년 덕수궁 미술관 전시에 이어 두번째다. 그 고갱이는 숱한 복제 이미지로 보았던 1급 명화 실물들이다. 밀레의 〈만종〉과 고흐의 〈아를의 방〉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고갱의 〈타히티 여인들〉 등이 내걸린다. 또 밀레의 형제들이나 야외 작업 중인 인상파 원조 코로 등 19세기 거장과 그들 지인을 담은 발명 초창기 원판 사진들도 30점이 나온다. 파리에 가서 볼 수 있었던 그림과 사진들을 서울에서 실물로 본다는 관객들의 호사 취미를 채워주는 구성이다.
밀레의 〈만종〉은 농민들의 건강한 노동과 대지에서 영감을 흡수했던 19세기 중엽 바르비종 화파의 기념비다. 국내에도 교과서, 각종 서적 등을 통해 20세기초부터 알려진 자연주의 명화다. 국민화가 박수근이 10대 시절 화가의 길을 걷게끔 이끌었던 그림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흐가 그린 〈아를의 방〉은 막 정신병이 깊어가던 남프랑스 아를 시절 작가의 불안한 내면과 예술혼을 극명하게 표출한 수작으로 꼽힌다. 원근법이 어긋난 의자, 침대 등의 집기 배치와 자극적인 원색의 색채감 등은 기괴한 매력을 풍긴다. 〈피리부는 소년〉도 익히 알려진 마네의 대표작. 풍경이 사라진 회색빛 배경을 깔고 평면적으로 묘사된, 피리부는 소년병의 붉고 검은 제복이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안기는 그림이다. 고흐와 결별한 고갱이 타히티 섬에 건너가 그린 〈타히티의 여인들〉과 대표작 〈황색 그리스도〉 앞에서 자세를 취한 자화상 등도 화제작이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신비스런 상징주의 그림을 그린 모로, 광학적인 색채 점묘기법으로 쇠라와 더불어 후기 인상파의 장을 열어젖힌 폴 시냐크의 〈우물가 여인들〉도 목록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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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지엔씨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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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9세기~20세기 초 인상파 컬렉션의 대명사인 오르세 미술관의 색깔에 전적으로 기댄다. 보기 힘든 명품들을 줄줄이 섭외했다는 것 말고 독창적인 기획상의 특징이나 미술사적 화두는 보이지 않는다. 긴 전시기간 명품의 감흥을 갈무리하는 일반인, 학생들의 수업형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 품격과 장삿속을 가감했다. 철저히 대중의 세속적 관심을 겨냥한 상업전시다.
유명세에 걸맞게 출품작의 가치 추정 근거인 전체 보험가액(보험금 지급이 가능한 재산 평가액)도 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만종〉은 1000억여원, 〈피리부는 소년〉은 700억원대로 평가되어 지난해 피카소 전 당시 〈솔레르씨 가족〉의 단일작품 최고가 보험가액 기록(500억여원)을 깼다. 작품들은 제각기 별도의 특수 상자에 넣은 뒤 비행기 4대에 나누어 싣고 12, 13일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라고 기획사쪽은 밝혔다. (02)580-127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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