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솔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 발표
"소설집 '지문사냥꾼' 뮤지컬로 만들 것"
"군더더기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노래를 담았습니다. 이전 앨범보다 제가 많이 보이는 음반입니다."
1995년 데뷔 후 그룹 패닉과 카니발 등을 통해 음악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 받은 가수 이적(33)이 4년 만에 솔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를 발표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번 음반은 전자음향을 최대한 배제한 채 어쿠스틱 느낌을 살렸다. 이적은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과 함께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까지 도맡아 음반의 색깔을 자신의 의도대로 선명하게 드러냈다.
"요즘 들어 어쿠스틱 음악이 좋더라구요. 직전 앨범인 2005년 패닉 4집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전자음악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이번엔 기본에 충실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30대에게는 반가운 음악이겠지만 10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어요. 이처럼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하는 선후배들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기뻐요."
이적은 몇 곡을 제외하고는 시종 옆에서 귀에 대고 읊조리듯 편안하게 노래를 부른다. 특히 가사에는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그의 개인 경험과 생각을 고스란히 담았다.
타이틀곡은 '다행이다'다. '그대를 만나고/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그대를 만나고/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그대를 안고서/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다행이다/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의 아름다운 노랫말에 이적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더해졌다.
"원래 1분50초짜리 소품용 곡이었죠. 그런데 스튜디오에 놀러온 김동률이 '가사가 좋다'며 후렴을 붙여 정식 노래로 만들라고 추천했습니다. 곡을 만든 후 미국에서 유학 중인 여자친구에게 들려줬는데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어요. 그때는 이 노래가 이번 앨범에 포함될지도 몰랐는데 결국 타이틀곡까지 됐네요."
첫 트랙에 실린 '노래'는 음악인의 길을 결심하게 된 상황을 담은 곡이다. 이적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듣고 머리가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비틀스 음악도 좋아했기 때문에 이 곡은 비틀스풍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어떻게'는 오랜만에 만난 옛 연인에 대해 느낀 섭섭한 감정을 담았다. 구어체 가사가 인상적인 '내가 말한 적 없나요'는 가상의 편의점 점원을 향한 사랑 고백을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에 맞춰 잔잔하게 전한다. 그도 이제 올해로 데뷔 12년째를 맞는다.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생의 맛을 느껴가며 그의 음악도 따라서 깊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두뇌로만 음악에 접근한 것 같아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음악을 좋아했죠. 그런데 이제는 재미가 아니라 감동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갈수록 직감과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디지털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개편되는 음악산업은 이적에게도 큰 고민거리다.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이적에게는 음악이 조각나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싱글로 낼 수는 없어도 앨범에는 중요한 곡이 있는데 그런 곡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됐죠. '히트곡 공식'에 대입된 1차원 적인 곡이 더 심하게 난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악은 시장에서 내다 파는 물건과는 다른 것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한편 그는 2005년 발간돼 화제를 모은 소설집 '지문사냥꾼'의 뮤지컬화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만화로도 소개되고 외국에도 팔리는 등 예상 밖의 반응이에요. 내후년쯤이면 뮤지컬로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지문사냥꾼'보다 긴 호흡의 장편소설도 출간하려고 구상 중입니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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