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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인형인 <병사의 이야기>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사진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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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창작집단 뛰다 <노래하듯이 햄릿> 나이를 먹어 가면 분명, 어쩐지 빛바랜 앨범의 한 구석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린 추억과도 같은 향기를 내는 것들이 있다. 인형이나 광대도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나 최근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묘하게 닮은꼴을 하고 있는 ‘극단 인형인’의 <병사의 이야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 두 작품은 이런 편견을 말끔히 불식시키고 그것들을 현실의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국립극장 청소년 공연예술제에 참가하는 두 팀, 그들만의 독특한 향기로 그려내는 인형광대극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단 인형인 <병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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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인형인 <병사의 이야기>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사진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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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원작: R.H Ramuz
음악: Igor Stravinsky
각색, 연출: 유성균
출연: 이문수, 박웅선, 권택기, 신영주, 공찬호, 김규림, 이보람
문의: 02) 741-0741 이야기는 약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 1차 대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서도 예술의 꽃은 피었으니, 그 꽃망울이 바로 스트라빈스키와 라뮤즈가 함께 만든 <병사의 이야기>. 그렇게 피어난 꽃은 2007년, 여기, 각종 오브제와 인형, 그리고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과 함께 살아있는 공연을 만들어 가는 극단 인형인의 손에서 드디어 만개하기에 이른다. 당시만 하더라도 음악에 맞춰 이야기를 하고, 연기를 하고 춤을 춘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발상이었는데, 극단 인형인은 바로 그 밑그림 위에 광대와 인형, 우리말 나레이션, 영상의 투사라는 새로운 색깔들을 덧입힌다. 광대와 인형은 원작의 힘을 뛰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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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인형인 <병사의 이야기>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사진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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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인형인 <병사의 이야기>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사진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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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창작집단 뛰다 <노래하듯이 햄릿>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사진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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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원작: William Shakespeare
각색, 연출: 배요섭
출연: 황혜란, 최재영, 김수아, 정현석, 명현진
문의: 0505) 388-9654 ‘인형극’ 하면 흔히 ‘어린이극’을 떠올린다. 이어서 사고의 줄기는 자연히 인형극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는 편견의 웅덩이로 흐르고, 그것들을 따져보며 작품이 분명 유치하고 지루할 것이라 예상한다.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해도 인형은 시종일관 같은 표정이고, 심지어 입조차도 뻥긋하지 않는데 뭘. 게다가 움직임은 지극히 제한되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십상이잖아? 그러나! 어릴 적 추억의 한 귀퉁이를 떠올리는 셈치고 일단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주체할 수가 없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은 이렇게 인형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는다. 햄릿, 광대들에게 조롱당하다 무덤지기이며, 일종의 무당이며, 삶의 관찰자인 다섯 익살광대들은 햄릿의 이야기를 ‘노래하듯이’, 혹은 ‘놀이하듯이’, 심지어 ‘놀리듯이’ 재연한다. 모든 것이 그저 유희의 대상일 뿐 어느 것 하나 심각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은 한편 발칙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조롱을 통해 음모와 사랑, 욕망으로 얼룩진 비극적인 햄릿의 이야기는 일상성과 보편성을 획득한다. 연출가 배요섭은 때로 죽지 못해 안달하고 죽고 싶어 갖은 방법을 다 쓰는 게 삶일지도 모르지만, 삶에 대해서 괴로워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은 ‘비극’이 아니라 삶의 한 단면일 뿐이며, 심지어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분이고 그 과정 중에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다섯 광대들이 무상심하게 삶의 허망함을 노래하고, 죽음에 대해 관조적인 자세로 키득거리며 감히 햄릿을 놀려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기발랄한 시선으로 작품을 풀어가는 그들이 애초부터 셰익스피어를 고집하거나 굳이 광대극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옛날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찾는 건 ‘뛰다’가 주로 해오던 작업 방식이었고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저 ‘햄릿’이 필요했던 것뿐. 물론 원작 희곡이 워낙 탄탄하니 셰익스피어로부터 받은 도움을 부정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또한 ‘뛰다’의 스타일대로 배우들의 몸 이외의 사물이나 인형을 사용하면서, 무대에서 표현하는 이야기 자체를 대상화 하려다 보니 저절로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광대’다. 광대는 사건이나 이야기에 대해서 객관적 입장을 취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고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야기를 보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바라보는 광대들의 태도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출가 배요섭은 그것을 일종의 브레히트의 거리두기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면에서 광대는 편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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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창작집단 뛰다 <노래하듯이 햄릿>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사진 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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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극단 제공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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