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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8 17:49 수정 : 2007.05.08 17:52

신표현주의 거장 바젤리츠 근작전

신표현주의 거장 바젤리츠 근작전


러시아 소재 ‘러시안 페인팅’
뒤죽박죽 뒤집힌 작품에
50년전 기억속 사회주의 향수

가랑이 사이로 보면 M자형의 산이 W자로 보일 터. 이를 바로 세우려면 뒤집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산을 보고 난 뒤 산은 전과 똑같이 보일까?

익숙한 것을 엎어버리는 ‘거꿀 그림’으로 알려진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71)의 근작 ‘러시안 페인팅’ 시리즈 전시회 ‘잊을 수 없는 기억: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이 11일부터 7월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02-2188-6232)에서 열린다. 1998년부터 2002년에 걸쳐 제작한 〈연단 위의 레닌〉(오른쪽 그림), 〈카자흐 여인〉(왼쪽 그림), 〈연인들〉 등 41점을 전시한다.

바젤리츠가 말하는 러시안 페인팅이란 옛 동독에서 태어나 열아홉살에 ‘정치적 미성숙자’로 낙인찍혀 옛 서독으로 도망쳐온 그가 50여년전 기억 속의 러시아 미술과 사진들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이미지로 재해석해 그린 회화작품. 가장 큰 특징은 위아래가 분명한 형상들이 뒤죽박죽, 예컨대 90도, 180도로 뒤집혀 있다는 것. 미술작품을 제대로 볼 줄 안다고 자처하는 관객이라면 당황하지 마시라. 행여 그림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면 그림을 그림 그대로 볼 줄 모른다는 핀잔을 들을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어떻게 그리든 작가 멋대로듯 어떻게 보든 관객 멋대로 아닌가. 이 그림들은 관객의 그림 읽기에서 완성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예전의 강렬한 터치, 뚜렷한 색깔, 두꺼운 물감칠 등 군데군데 옛 버릇이 남아있지만 화면이 무척 가볍다. 점을 찍음으로써 대상을 그려내고 심지어는 캔버스에 많은 여백을 빈 채로 남겨두기도 했다. 50년 만에 되살려내어 표현주의식으로 재현된 사회주의 기억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소재들은 교과서에서 본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회화들. 김남인 학예연구사는 러시안 페인팅을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린 한 시대의 열망과 그 열망이 배태한 이미지, 또한 그 몰락의 증거”라고 해석했다.

작가의 ‘뒤죽박죽 걸기’는 그림에서 지각되는 모티브에서 관습적인 의미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1969년부터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대표적인 신표현주의 작가로 떠올랐다. 신표현주의는 1970년대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독일에서 시작돼 미국, 이탈리아 등지로 퍼졌다. 주제는 주로 종교, 죽음, 성. 외르크 이멘도르프, 안젤름 키퍼, 지그마어 폴케, 마르쿠스 뤼페르츠 등에 이어 살로메, 헬무트 미덴도르프, 발터 단, 페터 뵈멜스, 알베르트 욀렌 등이 꼽힌다.

작가의 그림들은 똑바로 그려 거꾸로 걸까. 아니면 그릴 때부터 거꾸로 그릴까? 김남인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캔버스를 바닥에 뉘어놓고 주위를 돌아가면서 그린다면서 실제로 그림을 보면 붓터치가 사방으로 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폭이나 길이가 2m를 넘는 대작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연단 위의 레닌〉 〈아카데미 회원〉이 모두 250×200㎝이고, 〈연인들〉은 지름이 2m나 된다.


작가는 그의 그림에서 무엇을 어떻게 그렸느냐보다 화면 그대로 봐주기를 바란다지만 황당함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많다.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남는 궁금증. 그림 뒷면에 위쪽을 표시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을까. 작가는 그 표지를 보지 않고 그림의 방향을 맞출 수 있을까.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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