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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4 22:38 수정 : 2007.05.24 22:38

국립발레단, 폴란드 우치 페스티벌서 유럽무대 데뷔

국립발레단, 폴란드 우치 페스티벌서 유럽무대 데뷔
“백조의 호수 기술 완성도 높아” 10분간 기립박수

커튼콜은 멈출 줄 몰랐다. 지그프리트 왕자를 맡은 발레리노 김현웅(26)이 백조 오데트 공주 김주원(30)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리프트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순간, 폴란드의 문화도시 우치 오페라발레대극장을 메운 1600여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브라보”를 외치는 소리도 터져나왔다. 한차례, 두차례, 세차례…, 세번째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 조명을 켜도 관객들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자 무대 관리자는 다시 한번 커튼을 올렸다. 무려 4차례의 커튼콜이 끝나기까지 10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화려한 데뷔였다. 22~23일 밤, 폴란드 우치에서 열리는 우치국제발레페스티벌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온 국립발레단이었다. 국립발레단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발레단체로는 처음으로 유럽의 주요한 발레페스티벌인 우치국제발레페스티벌에 특급대우를 받고 참가했다(〈한겨레〉 5월10일치 27면 참조). 그러한 국립발레단이 왜 초청받게 되었는지를, 한국이 더이상 ‘발레 변방’이 아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뜨거운 반응이 터져나오자 객석에서 가슴 졸이던 박인자(54) 국립발레단 예술감독과 이시형 폴란드 주재 한국대사를 비롯한 한국 인사들의 얼굴이 비로소 환해졌다. 관객들의 열렬한 커튼콜은 이날 국립발레단이 손꼽는 기대주인 발레리나 김리회(20)와 2001년 러시아 카잔국제발레콩쿠르 남자 금상 수상자인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장운규(30) 커플의 두번째 〈백조의 호수〉 공연(23일)에도 이어졌다.

우치국제발레페스티벌은 1968년 비엔날레 행사로 시작해 2년마다 고전발레와 현대발레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으로 세계 정상급 발레단이 선호하는 주요한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다. 이 우치발레페스티벌이 한국 국립발레단을 초청한 것은 스웨덴 발레 전문가 야젝 솔레키가 2006년 10월 국립발레단의 〈카르멘〉 공연을 보고 우치 쪽에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발레단체가 개런티를 받으며 해외공연을 한 것은 처음이다. 21일 기자회견에서 우치페스티벌 총감독 스타니슬라프 디즈바르디스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 테이프를 보고 너무나 인상 깊어 초청했다. 놀라울 정도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정확했고 가볍고 자연스러웠다. 유명한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솔리스트들이 상을 받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현실이 됐다. 국립발레단은 수석들의 원숙함과 신예들의 패기를 잘 엮은 〈백조의 호수〉로, 올해 페스티벌에 함께 참가한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과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 미국 컨템퍼러리 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에 못지 않다는 인상을 심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용수 모두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동서양 문화의 차이가 있어서 〈백조의 호수〉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백조의 호수〉의 모든 것을 정확하게 표현했다.”(현지 일간지 〈지에닉 우치〉의 무용전문 저널리스트 마하엘 레나친스키) 레나친스키는 “공연을 본 전문가들 모두 한국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섬세함과 우아함, 세공이 잘된 공연이었다고 평가가 일치했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은 특히 주역 무용수들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을 ‘부상 투혼’으로 극복한 것이었다. 주역 발레리나 김주원이 회전할 때 축이 되는 오른발 뼈를 다쳐 공연 직전 국소 마취를 해야했고, 김현웅은 왼쪽 정강이뼈가 피로골절로 금이 가 공연을 마치는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였다. 장운규 역시 인대가 늘어나 공연직전까지 박인자 감독이 무대에 세울지를 결정 못했다. 공연 동행한 의사 한승묵씨와 마사지 트레이너 배연길씨로부터 “공연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주연들은 이를 무릅쓰고 무대에 섰다. 김현웅은 “점프할 때마다 통증이 심해 주저앉을 지경이었지만 참고 웃으며 공연했다.

커튼이 열렸을 때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깜짝 놀랐다. 그런 커튼콜은 처음이었다”고 밝게 웃었다. 김주원도 “마취하면 감각이 없어져 걱정했는데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박인자 예술감독은 “유럽 발레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한국 발레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고, 무엇보다도 우리 무용수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 기쁘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치(폴란드)/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우치국제발레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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