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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동 추억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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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앞둔 용두동 아이들과 함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향수는 어른들만의 것일까. 재개발을 앞둔 동대문구 용두동 일대 어린이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5월 초부터 한달 동안 없어질 골목길을 답사하고 경로당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를 그림과 사진과 비디오와 연극으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선보인다. 이 작업은 조각가 김래환(45)씨가 기획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도시 속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 보존해 보자는 취지. 미술, 연극, 사진 등 세 갈래 작가 10여명이 합류했다. 대상지역은 재개발을 앞둔 동대문구 용두동 일대. 이곳은 큰길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소외지대. 판금, 설비 등 가내공업이나 작은 상점 그리고 일제시대에 건축된 한옥 살림집이 거미줄 같은 골목으로 엉켜 있다. 동네 한가운데 용두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눈과 손을 빌리기로 하고 아이들과 함께 구석구석 골목길을 누볐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개한테 물렸던 일, 동무들과 싸웠던 일, 김밥 싸들고 갔던 소풍, 함께 공 차고 공 던지던 일 등 다양한 기억들을 건져올렸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은 무지개가 떴다. 주말에는 경로당을 찾아가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서 옛이야기를 들었다. 우물에서 용 두 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부터 천막집과 판잣집이 늘어섰던 때, 전차가 다니고 헬기장이 있던 근현대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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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앞둔 용두동 아이들과 함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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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그림·연극작업
내달 6일까지 전시·공연 건져올린 추억과 옛얘기들은 작가들과 아이들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그림과 연극으로 변했다. 참여한 작가들이 가닥을 잡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속살을 불렸다. 가로 3.6m 세로 2.4m 화판의 아크릴 〈용두동 추억의 지도〉. 골목길을 그려놓고 칸칸이 아이들의 추억으로 채웠다. 설화, 옛날 모습, 추억 1, 추억 2 등 1.6×1.2m의 큰 그림에는 참가한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다양한 표정으로 버무려졌다. 용두초등학교 배드민턴장에서 함께 뒹굴면서 모양을 갖춘 것이다. 여기에 스케치북 그림 150여점이 코러스를 넣었다. 연극 역시 작가의 얼개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붙여 꾸몄다. 출연진들은 당연히 어린이들. 이밖에 아이들의 답사에 동행한 작가들이 전 과정을 사진과 비디오로 고스란히 남겼다. “그냥 놀아주는 거죠. 한달 동안 작가나 아이들이나 무척 즐거웠어요. 경로당의 노인들도 오랜만에 얘기 들어줄 사람을 만났구요.” 김씨는 사라질 것을 기록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함께 작업을 하면서 소통의 부재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임민혁(용두초 6)군은 “동무들과 함께 몰려다니고 그림을 그린 것이 무척 즐거웠다”며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니 골목길, 동무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7일부터 6월6일까지 서울문화재단 전시실. 연극은 세차례(27일, 6월2, 6일 오후 3시) 공연한다. 전시를 마치면 미술작품들은 용두초등학교에서 보관한다. 추억은 당연히 아이들 가슴속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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