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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21:15 수정 : 2007.05.31 21:15

밤의 대나무숲

도성욱-이재삼 ‘같은 듯 다른’ 전시회

어스름 숲속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밤을 바라보고 또다른 한 사람은 새벽을 바라본다. 저 너머 그들의 눈길이 닿은 곳에는 어둠과 빛이 있다. 어둠 역시 빛의 일종인 점을 생각하면 전자는 멀어지는 빛, 후자는 다가오는 빛을 본다고 할 터이다.

이재삼의 바람 채집전 아트싸이드(02-725-1020) 6월11일까지. 밤의 대나무숲 또는 그 속의 폭포. 그가 추구하는 것은 검음이되 흑(黑)이 아닌 가물 현(玄). 흑은 평면이어서 그것으로 끝이지만 현은 입체여서 모든 것을 내포한다. 카오스가 그렇듯 현은 모든 색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가 굳이 대나무를 그렸으되 대나무를 보지 말라고 되풀이 말하는 이유다.

그의 붓은 목탄. 그으면 검고 문지르면 회색이 된다. 목탄과 씨름한 지 10년이 넘으니 검은 색에서 회색이 나오는 이치를 깨쳤다. 목탄과는 중간 굵기의 광목이 제격. 광목의 꺼끌꺼끌한 올에 목탄이 스며 일종의 망점이 된다. 이씨는 원근법을 완전히 무시한 게 특징. 밤이거니 깊은 어둠이 장막을 둘러 원근법이 하릴없기는 하다. 그림 크기 역시 짧게는 3미터, 길게는 9미터가 넘어 한자리에서 보기보다 걸으면서 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일 거다. 고요한 숲속 느낌이 드는 것은 …. 이씨는 시대가 원하는 작업보다 시대가 잃고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서양의 조형적 시각과 방법도 좋지만 자신의 진솔함과 우리의 정서를 반영하고자 했던 것. 검정이 기휘하는 색이지만 언젠가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목탄을 밑그림용이 아닌 회화의 도구로 승격시킨 작가의 희망이기도 하다.

‘중간을 툭 자른 소나무숲’ 작품
더 컨템퍼러리 도성욱전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6월13일까지.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짝퉁인가 할 정도로 흡사한 ‘중간을 툭 자른 소나무숲’ 작품이 들어있다. 도씨는 4~5년 전 소나무 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 배병우씨가 소나무 사진으로 뜨면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이제 짝퉁 혐의를 감수하면서 소나무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소나무 작업은 어차피 구도와 형태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소나무 자체가 아니라 빛과 색채다.”

그가 소나무 이전에 그려온 것은 메타세쿼이아 숲. 어스름 숲속에서 숲 밖의 빛, 또는 밝아오는 새벽빛이 침엽수 이파리에서 빛알갱이로 흩어지는 시간을 포착해 왔다. 상상 속의 풍경인 탓에 오존 냄새 외에 북유럽의 신화가 들릴 것 같은 분위기다. 잘 찍은 역광사진처럼 사실적이다. 메타세쿼이아에서 소나무로 회귀함으로써 그의 그림은 단순 명확해졌다. 조밀한 이파리 끝 섬세한 빛이 아니라 가지와 줄기 사이의 빛을 채집함에 따른 결과다. 색깔 역시 다크그린에서 거의 무채색으로 바뀌었다. 빛에 대한 민감성만큼이나 원근감이 강한 것은 변함없다. 빛을 탐구해 온 도씨는 소나무 회귀가 별뜻 없다고 말하지만 소나무는 상징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흘린 듯하다. 작가가 가리키는 빛보다 작가의 손끝인 나무를 보게 된다는 것. 이번 전시보다 다음 전시가 주목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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