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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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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욱-이재삼 ‘같은 듯 다른’ 전시회
어스름 숲속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밤을 바라보고 또다른 한 사람은 새벽을 바라본다. 저 너머 그들의 눈길이 닿은 곳에는 어둠과 빛이 있다. 어둠 역시 빛의 일종인 점을 생각하면 전자는 멀어지는 빛, 후자는 다가오는 빛을 본다고 할 터이다. 이재삼의 바람 채집전 아트싸이드(02-725-1020) 6월11일까지. 밤의 대나무숲 또는 그 속의 폭포. 그가 추구하는 것은 검음이되 흑(黑)이 아닌 가물 현(玄). 흑은 평면이어서 그것으로 끝이지만 현은 입체여서 모든 것을 내포한다. 카오스가 그렇듯 현은 모든 색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가 굳이 대나무를 그렸으되 대나무를 보지 말라고 되풀이 말하는 이유다. 그의 붓은 목탄. 그으면 검고 문지르면 회색이 된다. 목탄과 씨름한 지 10년이 넘으니 검은 색에서 회색이 나오는 이치를 깨쳤다. 목탄과는 중간 굵기의 광목이 제격. 광목의 꺼끌꺼끌한 올에 목탄이 스며 일종의 망점이 된다. 이씨는 원근법을 완전히 무시한 게 특징. 밤이거니 깊은 어둠이 장막을 둘러 원근법이 하릴없기는 하다. 그림 크기 역시 짧게는 3미터, 길게는 9미터가 넘어 한자리에서 보기보다 걸으면서 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일 거다. 고요한 숲속 느낌이 드는 것은 …. 이씨는 시대가 원하는 작업보다 시대가 잃고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서양의 조형적 시각과 방법도 좋지만 자신의 진솔함과 우리의 정서를 반영하고자 했던 것. 검정이 기휘하는 색이지만 언젠가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목탄을 밑그림용이 아닌 회화의 도구로 승격시킨 작가의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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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을 툭 자른 소나무숲’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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