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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21:18 수정 : 2007.05.31 21:18

뮤지컬 ‘대장금’

리뷰 = 뮤지컬 ‘대장금’

요즘 대중문화계의 화두는 ‘원 소스 멀티유즈’다. 익숙한 콘텐츠에 또 다른 맛을 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현대 문화산업의 흥행 방정식이다. 왕년의 히트 영화나 끗발 날리던 대중음악을 가져다 뮤지컬로 바꾸는 것은 대중적인 인기도 높고 돈벌이도 짭짤하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의 상업 극장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표를 구하기 가장 힘들다는 신작 뮤지컬들, 예컨대 〈빌리 엘리어트〉 〈메리 포핀스〉 〈타잔〉 등은 모두 인기 영화가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한 경우다.

하지만 이 뮤지컬들의 흥행이 단순히 원작의 재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 소스 멀티유즈’의 본질은 해체와 재구성에 있지, 단순한 재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원작에 없는 장면이 추가되고, 특정 장면이 과감히 삭제되기도 한다. 특히 영상이 원작인 경우 많은 변화가 따른다. 영상물은 연출의 의도에 따라 장면이 구성, 나열되는 편집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지만, 무대는 열린 공간을 바탕으로 배우가 직접 몸짓과 육성으로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영화에 없던 와이어 액션이 등장하고, 〈메리 포핀스〉에서 석고상이 무리지어 춤추는 매슈 본의 안무가 첨가되는 것은 바로 그런 예다. 덕분에 익숙한 내용이지만 무대만의 재미를 주고 그래서 대중들은 진화된 콘텐츠에 환호를 보낸다.

뮤지컬 〈대장금〉(사진)이 막을 올렸다. 뚜껑이 열린 〈대장금〉은 아직 절반의 성과로 만족해야 할 듯싶다. 코믹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 그림 같은 조각배가 흐르는 2막의 몽환적인 마무리는 기대 이상이지만 대중적인 코드를 지향함에도 입가에 남을 멜로디가 없는 음악, 전개가 너무 압축돼 감정이입이 힘든 캐릭터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주제가 ‘오나라’가 뮤지컬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거나 극에 맞게 효과적으로 구성되지 못한 음악은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물론 트라이 아웃이나 프리뷰, 오픈 런과 같은 제도적 보완장치가 없는 우리 공연계의 시장 현실에 초연만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시간이 지나고 무대가 익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분명 있다. 손꼽히는 연출가, 경험 많은 제작진 등이 대거 참여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드라마를 좋아했던 시청자도 무대에서 새롭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뮤지컬만의 재미가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은 전하고 싶다.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원 소스 멀티유즈’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과 실험 정신을 기대해 본다.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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