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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2 11:20 수정 : 2007.06.22 13:47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블루프로젝트’전

사진작가 윤정미가 포착한 ‘핑크&블루프로젝트’전

옷이나 장남감 등 가게, 이미 색깔 나뉘어져 있어

세살 색편향, 커서도 남녀 따른 컬러코드 잔재로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블루프로젝트’전


턱받이, 로션, 치솔, 모자, 보행기, 포데기, 젖꼭지, 숫가락, 양말…. 100일쯤 된 재욱이는 온통 청색세상에 살고 있다. 미국의 테리와 에딘도 마찬가지고 초등학교 5학년 호준이도 마찬가지다. 다만 나이에 따라 사용하는 물건의 종류만 다른 뿐 청색, 청색이다.

장갑, 소꿉놀이, 붓, 색연필, 옷, 신발, 장화, 가방, 심지어 책표지까지 돌바기 지연이는 온통 핑크 세상에 살고 있다. 미국의 로렌과 캐롤라인도 마찬가지고, 재미동포인 초등학교 6학년 노엘도 마찬가지다. 다만 나이에 따라 보라색이 조금 끼어든 정도의 변주가 있을 뿐이다.

사간동 금호미술관(02-720-5114) 2층 전시장에서 박건희문화재단이 선정한 제5회 다음작가상을 받은 기념으로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블루프로젝트’전이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어쩌면 물건의 노예인지도 모른다는 메시지

50여점의 정사각형 사진 속 주인공들은 남녀 성별에 따라 핑크와 청색으로 만들어진 물품들을 주욱 늘어놓고 뒤쪽 가운데 떡하니 앉아있다. 그들은 분명 물건들의 주인임을 증언하지만 어쩌면 그들이 물건의 노예인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전한다.


남녀 성 따른 색편향을 앵글에 담은 ‘핑크&블루프로젝트’전 연 사진작가 윤졍미씨

“핑크색을 좋아하는 여덟 살 딸 때문에 사진작업이 시작됐어요. 한국의 여자아이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미국에 가서 보니 마찬가지더군요. 남자아이들도 지켜봤어요. 거리나 할인마트에서 만난 청색 장난감을 가진 청색 옷의 남자아이 집에 가보면 거의 파란색 옷가지와 장난감이 가득했어요.”

여자용은 화장품 요리 등 집안일 관련
남자용은 로봇 칼 산업 과학 등 관련

작가 윤씨의 열네 살 아들은 특별히 파란 색이나 다른 색깔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함께 쇼핑하러 갈 때마다 파란색 계통의 물건들을 사게 되더라고 말했다. 어린이 옷과 장난감을 파는 섹션은 이미 남녀 성별에 따라 핑크와 블루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색깔의 분리는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여자 아이들을 위한 핑크색 물건들은 대부분 화장, 옷 입는 것, 요리 그리고 집안 일과 관련돼 있고 남자아이들의 블루 장난감들은 로봇, 산업, 과학, 공룡 등과 관계가 있어요.”

1차세계대전 전에는 거꾸로 핑크색이 사내다움 상징

윤씨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핑크색은 사내다움과 관계 있었던 색깔이었다. 1914년 미국 <더 선데이 센티널>에서는 부모들에게 당신이 이 시대의 관습을 따르려면 남자 아이에게는 핑크색을, 여자 어린이들에게는 파란색을 사용하도록 하라’고 권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소녀용은 핑크, 소년용은 파란색을 주는 색변화가 일어났다. 현재의 남녀 색깔구분이 만들어진 거라는 주장이다.

한국 남성 멋쟁이 아니면 대개 검정이나 회색으로

“어린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색깔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젠더에 따른 컬러코드의 잔재는 남아있다.” 한국 남성 성인의 경우 멋쟁이가 아니면 대개 검정, 회색 계통의 옷을 입는다거나 핑크색을 입은 남성을 동성애자인가 의심하는 시선 등이 그 예다.

한국의 경우 성인이 되면서 사회적인 강제에 의해 무채색 계열로 급속히 바뀌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어릴 적 색 선호가 남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사진 대상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이들 성향 비슷

윤씨가 사진촬영 대상으로 삼은 대상은 일단 색 편향을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촬영대상 아동들 부모와 상담할 때는 핑크와 블루 물건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면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던 분들이 이곳저곳에서 뽑아낸 색편향의 물건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더라고 경험담을 얘기했다.

판화작업 중 독한 약품 탓에 약해진 몸을 추스리려 취미로 잡았던 카메라에 흠뻑 빠진 작가는 분류되고 집적된 것들과 사회 시스템에 관련된 작업을 해왔다. 동물원(1988~1999), 자연사 박물관(2001), 공간-사람-공간(2000~2004), 장난감 수집가의 콜렉션(2004) 등. ‘핑크&블루 프로젝트’는 통상 용도에 따라 분류하여 쓰는 유아와 어린이의 용품을 집적해 분류한 점에서 일련 작업의 일환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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