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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5 17:34 수정 : 2007.07.05 20:48

갤러리상 ‘윤정원의 스마일플래닛’전

갤러리상 ‘윤정원의 스마일플래닛’전

고서점이 고즈넉하던 종로구 인사동 한옥가. 1990년대부터 미술 관련 업소들이 둥지를 틀어 17년이 흐른 지금, 인사동 하면 화랑이 떠오를 만큼 ‘전통 예술의 거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시회보다 차와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탑골공원 쪽 초입. 지난해 말 문을 닫았던 갤러리 상(02-737-5024)이 최근 건물 6층 전층을 수리해 다시 문을 열었다. ‘윤정원의 스마일 플래닛’이란 전시회를 연다는데 그 기간이 자그마치 1년 동안이란다. 아무래도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 ‘무슨 놈의 1년짜리 전시회가 있나, 그것도 젊은 작가 한 사람 전시회로 …?’

건물 옆쪽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오르면 ‘스마일플래닛’. 우리말로 웃음행성이거니, ‘유쾌한 세계’쯤이리라. 모두 60여평. 크게 보면 오른쪽으로 4분의 3쯤은 술과 음료를 마시는 바와 담소 공간, 왼쪽 나머지는 작가의 작업 공간 겸 숍이다. 화장실과 작은 창고를 빼면 전층이 툭 터져 말굽형 바 둘레 어디에 앉더라도 무엇이 어디 있는지, 누가 무얼 하는지 다 보인다.

“처음 온 외국인은 이곳이 ‘다른 공간’이라는 것을 금세 알더라구요. 작가의 작업장으로 옮겨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작품을 둘러보더군요.” 대부분 일반인들은 일단 바에 앉아서 음료를 주문하고 마시면서 테이블 유리판 아래에 진열된 ‘털실 감은 바비인형들’을 보고 평범한 데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더라는 게 갤러리상 이승형(41) 관장의 설명이다.

갤러리상 ‘윤정원의 스마일플래닛’전

생활과 예술 경계 허무는 이색실험
한 작가만으로 1년동안 작업·전시
“대기업 휴게실·쇼룸 대안 되었으면”

음료 손님들 눈은 테이블에서 벽으로 옮겨가 작은 인형머리를 주렁주렁 단 핸드백, 뒤쪽에 흰 날개를 단 분홍색 헬멧 등의 사진에 머물다가 뻥 뚫린 전시용 선반 너머 앞치마를 두른 채 열접착본드총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붙이고 있는 젊은 여성한테로 옮겨갈 터이다.

“좋은 목에서 갤러리를 10여년 동안 하면서 현대미술을 대중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을 전시해도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는 때가 많았어요.” 이 관장은 ‘이것은 아니다’ 싶어 잠시 갤러리 공간을 접고 젊은 작가들과 고민을 나눴다. 그 결과가 반년 동안의 준비를 거쳐 구현된 지금의 전시장-작업실-바 삼중 복합공간이다.


갤러리상 ‘윤정원의 스마일플래닛’전
유영호·홍장오·박영훈씨 등이 공간 콘셉트를 잡고 내부를 디자인했다. 설치조각가인 유영호(42)씨가 대장 격. 미술세계는 한장짜리 납작그림에서 공간·입체·뉴미디어로 진화하고 있지만 국내 미술시장은 그에 이르지 못해 설치조각은 거래가 되지 않는 형편. 유씨의 이번 작업은 예술 작품과 인테리어 작업의 중간쯤인 ‘응용 설치조각’인 셈이다.

“갤러리로서는 생활공간으로 그림과 설치예술을 들고 나온 거구요. 작가는 작품 너머에서 걸어나와 관객과 동일한 공간에 나온 셈이죠. 관객(손님)과 작가의 쌍방향 대화는 삶과 예술의 경계 구분을 없앤 거죠.” 유씨의 말이다.

관객의 시선과 동선과 작품, 작가와 자연스럽게 엉켜들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작품을 중심으로 두 주체가 만나 어우러지면서 모르는 사이에 행위예술로 승화되도록 한 것이다.

1년 동안 실험대에 오른 작가는 독일에서 공부를 한 전방위 작가 윤정원씨. 국내 작가들이 잘 하지 않는 폐품 재활용에 빠져 있지만 회화, 드로잉 등 막힘이 없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의 손에 닿으면 무엇이든지 키치적인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제 작업의 결과가 작품인지 상품인지 헷갈려요. 그 중간인지도 모르고요.” 작품값과 이름값을 동일시하는 제도권과 달리 그의 작품 꼬리표에는 영 하나가 덜 붙은 듯하다. 자기 세계에 갇히기 일쑤인 다른 작가와 달리 선선히 공개장소에 나온 그는 관객들과의 대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대화뿐 아니라 판매 추세가 얼마나 자신의 영역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라고 했다.

위험하지만 의미있는 이 실험은 이색적인 카페, 또는 퓨전갤러리로 그칠지도 모를 일. “그냥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여기면 성공으로 여긴다”지만 갤러리 쪽 흑심은 딴 데 있다. 대기업들한테도 전파돼 휴게실이나 쇼룸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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