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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타지아(Syntasia)>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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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타지아(Syntasia)>
공연예술, 그 다양한 변화의 물결21세기의 아방가르드, 디지털 퍼포먼스를 만나다 최근 공연예술계의 다양한 발전 양상은 이미 상상 그 이상을 실현해 내고 있다. 인간의 무한한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다변화되는 표현 방식은 공연예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장르 간의 경계를 뛰어 넘는다. 새로운 접근 방법과 이색적인 실험 정신으로 시도되는 이러한 움직임들은 아직은 다소 낯선 경험으로 관객들을 초대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과도기를 거쳐 좀 더 풍요로운 공연예술의 지평을 열 것이라는 점에서 그 과정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의 디지털 퍼포먼스 <신타지아(Syntasia)>를 통해 새로운 공연예술의 흐름을 읽어보고 그것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미래의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디지털 일상과 아날로그 예술 휴대전화 없이 외출하면 하루가 불안하고 몇 일만 메일 확인을 안 해도 금세 메일함이 가득 차버렸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혹은 게임을 하거나 메신저를 통해 얘기를 하거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미처 의식할 틈도 없이 디지털화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당연하면서도 필수 불가결한 하나의 ‘생활요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을 통한 소통의 일부로서 ‘디지털 퍼포먼스’를 거론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디지털 퍼포먼스에 쉽게 동감할 수 없는 이유는 공연예술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때론 시대를 거스르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결국은 예술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에 가장 깊숙이 맞닿아 있는, 공연예술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특성은 디지털 일상과 정확하게 대치된다.
오늘날의 아방가르드, 디지털로 간다 사회가 변하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시대의 이단아는 나타나는 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표현방식이야 어떠하든 그것이 얼마나 성실하게 창조적 정신을 담아내는가에 있다. 최근 개관한 고양아람누리의 새라새극장은 정면으로 디지털 실험극장을 표방하고 나섰다. 21세기 아방가르드 ‘디지털 플레이’ 프로젝트를 총지휘하는 박웅서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공연예술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을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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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타지아(Syntasia)>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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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디지털 퍼포먼스를 꿈꾸다 <신타지아(Syntasia)>
연출가 구본철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디지털 총체극 <신타지아(Syntasia)>의 연출은 작곡을 전공한 카이스트 CT대학원의 구본철 교수가 맡는다. 새로운 공연예술의 흐름을 선도할 디지털 퍼포먼스가 기존의 아날로그적 공연예술에 끼치게 될 영향과 그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경계해야할 오류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들어본다. “앞으로 분명히 지금보다도 훨씬 고도로 발달된 디지털 사회가 꽃피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공연예술에도 당연히 사용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공연예술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여러 가지 기술들이 공연예술의 무대나 배우, 관객의 개념을 흔들어 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디지털 기술은 창작자와 관객을 직접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존의 공연에 있어서 작품의 창작자가 있고, 그것을 무대에서 재현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디지털 기술은 그러한 단계를 줄여준다고 할까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공연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만 이것은 디지털 예찬론이나 우상화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것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디지털을 즐기자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이미 사회에는 게임중독이라든가, 해킹 등 디지털 기술로 인한 적지 않은 병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과학자들의 자아도취에 대한 경계이자, 미래의 예상 가능한 혼란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겠지요.” 물론 이 공연을 통해 그들은 기술의 상용화와 작품적 흥행을 꿈꾼다. 그리고 이것이 기술과 예술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효율적인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공연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디지털 기술을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면 기술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울린 디지털 퍼포먼스의 미래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언제 어느 공연장을 찾더라도,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반드시 숙지해야할 사항 중 하나가 바로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는 일이다. 하지만 상상해보자. 관객 각자의 휴대전화 불빛이 만들어내는 어둠 속 빛의 하모니를. 공연장 객석에 앉아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공연에 직접 참여한다면 이러한 장관도 연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혹은 같은 공연을 보면서 떨어져 앉은 친구와 다른 음악을 듣고 나왔다면, 공연이 끝난 후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소통의 장이 마련되지 않을까. 지향성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음향이 객석의 구역마다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 같은 공연장 내에서 관객 각자에게 서로 다른 관극 경험을 제공한다면, 이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지금, 가까운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는 디지털 퍼포먼스가 선사하는 낯선 즐거움인 것이다. 이제 막 새로운 공연예술의 세계가 열리고 있기에 아직은 그 구체적인 실현 방식이나 미래의 가능성을 섣불리 예상한다는 것이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와 실험정신으로 채워진 무대는, 그것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들의 바람도 머지않은 미래에 충족될 것임을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예술가들도 과학자들도, 그리고 그것을 관람할 관객들도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예술’이 아닐까. 오늘날의 아방가르드, 디지털 퍼포먼스의 그 새로운 움직임이 또 다른 공연예술의 역사를 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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