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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6 15:48 수정 : 2007.07.16 15:48

영국 가수 미카의 데뷔작 <라이프 인 카툰 모션>

얼마전 상당히 괜찮은 앨범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영국 가수 미카의 데뷔작 <라이프 인 카툰 모션>이 바로 그 음반입니다. 알고보니 올 초 음반이 나오자마자 영국에선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더군요. 첫 싱글 '그레이스 켈리'는 10개 주요 차트를 석권했고, 평단은 프레디 머큐리의 환생이라느니, 로비 윌리엄스를 이을 국민가수 감이라느니,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23살의 초짜 가수에게 모두들 이토록 호들갑일까요? 일단 첫 히트곡 '그레이스 켈리'를 한번 들어볼까요?

어떤가요? 역시 누군가가 떠오르죠? 노래하는 목소리니, 한쪽 손을 치켜드는 폼이니, 몸에 딱 붙는 옷차림까지, 영락없이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쏙 빼닮았은 것 같지 않나요? 실제 노랫말에도 그의 이름이 나옵니다.

I tried to be like Grace Kelly 그레이스 켈리처럼 되려고 했어요

But all her looks were too sad 하지만 그녀는 너무 슬퍼 보였죠

So I tried a little Freddie 그래서 프레디 (머큐리)가 되려고 했어요

I've gone identity mad! 난 (내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미쳐가고 있다고요!


미카가 처음 자신의 음악을 들고 제작자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이런 음악 말고 요즘 잘나가는 가수 스타일로 만들어보라"며 면박을 줬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미카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단박에 곡을 써내려갔는데, 그게 바로 이 곡이라는군요. 단아한 역만 맡다 그 이미지 그대로 모나코 왕비가 된 할리우드 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되길 강요하는 제작자들을 비꼬며, 그렇다면 아예 프레디 머큐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거죠. 프레디 머큐리를 재현한 일종의 풍자곡을 통해 미카는 그 제작자들에게 멋지게 복수한 셈입니다.


영국 가수 미카
미카의 삶은 그의 음악 스타일만큼이나 독특합니다. 그는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레바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파리와 런던을 거쳐, 지금은 뉴욕을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난독증을 앓아 읽지도 쓰지도 못한 적도 있다는군요. 그래도 음악에 관한 한 포크에서 플라멩코까지 다양한 자양분을 섭취하며 감성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19살 때 런던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지 하루만에 그만두고 로열(왕립)음악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수많은 클래식 명망가들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 학교에서 그는 클래식 음악의 기초를 탄탄히 쌓습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광고 음악과 방송 시그널 음악 등을 만들며 빵값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데뷔앨범에서 대박을 터뜨리게 된 거고요.

사실 저는 처음 그의 얼굴을 언뜻 봤을 때, 참 어리버리하게 생겼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자세히 뜯어보니 상당한 꽃미남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의 폭발적인 인기에는 매끈한 얼굴도 한몫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음악뿐 아니라 외모까지 흠모하는 여성 팬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미카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음악 얘기를 해볼까요? 그의 첫 앨범은 한 가지 색깔만으론 설명이 안됩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냄새가 강한 곡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곡에선 로비 윌리엄스의 강한 남성성이 겹쳐집니다. 누구는 씨저 시스터즈나 루퍼스 웨인라이트를 언급하기도 하고, 작곡 능력에 있어선 엘튼 존이나 조지 마이클에 빗대는 이도 있습니다. 음악 스타일에 있어서도 록, 디스코, 뮤지컬 등 온갖 색깔들이 뒤범벅돼 있습니다. 그의 이번 앨범은 온갖 요소들이 하나로 짜맞춰진 퍼즐과도 같습니다.

사실 신인가수에게 이런 성격의 데뷔앨범은 양날의 칼이라고도 할 수 있죠.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가능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는 단점 또한 지니고 있는 셈이죠. 이런 데뷔앨범을 낸 신인의 앞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엄청난 거물로 크거나, 끝까지 자기 색깔을 못찾고 방황하다 사라지거나.

미카의 경우엔 엄청난 잠재력이 단점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곡마다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멜로디를 뽑아낸 작곡 능력은 지금보다도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기대를 모으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진성과 가성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5옥타브를 요리하는 그의 보컬 솜씨는 가장 큰 자산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들을수록 그의 다음 앨범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들이죠.

<수록곡 소개>

1. Grace Kelly

앨범의 대표곡으로, 프레디 머큐리의 그림자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앞에서 들어보셨죠?

2. Lollipop

막대사탕처럼 달콤하고 귀여운 곡입니다. 여자아이들의 상큼한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3. My Interpretation

미디엄 템포의 경쾌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론 그룹 시카고의 곡이 떠오릅니다.

4. Love Today

프레디 머큐리가 가성만으로 노래를 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밝고 신나는 곡입니다.

5. Relax(Take It Easy)

커팅 크루의 히트곡 '(I Just) Died In Your Arms'를 샘플링한 디스코 곡입니다. 제목 그대로, 듣고 있으면 편안해집니다.

6. Any Other World

부드러운 발라드 곡입니다. 이 곡을 듣노라면 제임스 블런트의 목소리와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7. Billy Brown

정확하게 생각은 안납니다만, 도입부가 국내 어느 광고에 쓰인 곡입니다. 후렴구의 브라스 사운드와 코러스가 꼭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결혼식 장면에서 나왔던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의 느낌과 닮았습니다.

8. Big Girl(You Are Beautiful)

제가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최근 세번째 싱글로 커트됐다고 하는군요. 신나면서도 힘이 넘치는 보컬이 로비 윌리엄스와 무척 닮았습니다. 한번 들어보시렵니까?

9. Stuck In The Middle

마룬5의 1집 스타일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최근 나온 마룬5의 2집은 훨씬 더 펑키해졌지만요. 후반부의 스캣(두바바 루바바~)이 참 매력적입니다. 피아노 연주도 그렇고 재즈의 냄새마저 나는군요.

10. Happy Ending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답게 후반부 웅장한 코러스를 자랑합니다.

11. Over My Shoulder

앞 곡에 이어 한참 기다리면 나오는 보너스 트랙입니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성으로 부르는 느낌. 그가 클래식 전공자라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카스트라토(변성기 전에 거세를 해서 어린아이 목소리를 유지하는 성악가)를 다룬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이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덧붙임>

요즘엔 정말 이 음반만 계속 되돌려 듣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반을 산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신 분들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고 투자할 만하다고 자신합니다. ^^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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