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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설법’ 눈으로 듣는다
닥종이에 금·은가루로 그린 불경일 소장품 40점 등 100여점 전시
고려 불교미술 예술·심미성 엿봬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드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부터 시작해 9월16일까지 ‘사경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 전시회를 연다. 변상도를 중심으로 한 전시품목은 100여점. 변상도 중 처음 공개되는 14점, 지정문화재 26점(국보 7점, 보물 14점, 일본의 중요문화재 2점)이 포함돼 있다. 변상도란 불경을 옮겨적은 사경의 앞부분에 있는 그림으로 해당 경전의 대표적인 내용을 압축하여 그린 것을 말한다. 사경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조선 초기까지 불교가 사실상 국교인 시대에 성행한 불사의 하나. 왕실 및 유력자가 국가의 평안과 국왕의 만수, 자신의 발복을 위해 만들어 봉안했다. 당대 최고 전문가가 최고의 닥종이에 금과 은가루를 아교에 개어 붓으로 썼다. 법화경이나 화엄경 등을 한글자 쓰고 절 한번 하고 하는 식으로 써 오자 하나 없으며 변상도 역시 미려하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배영일 학예연구사는 “불교국이었던 고려의 대표적인 예술품인 만큼 당대 최고의 예술성과 심미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도는 본디 당나라 돈황사원에서 승려들이 대중 앞에서 불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걸어놓고 해당 장면을 가리키며 강의하던 데서 유래했다. 한국에서는 13세기 말~14세기 초 절정기에 이르는데, 외침과 내란을 부처의 공덕으로 물리치려 팔만대장경을 만든 시기와 일치한다. 이때 변상도의 전형이 만들어졌다. 변상도는 오른쪽에 경전의 주인이 설법하는 장면, 왼쪽에는 경전에서 가장 설화적인 내용을 뽑아 그리는 구도가 대부분. 설법장면의 비중이 크다. 부처와 보살의 얼굴은 이중 턱, 둥근 얼굴에 각이 진 이마, 긴 눈썹과 눈, 작은 입 등이 비교적 세밀하게 그려지고, 설법주는 크게, 법상 아래의 보살들은 그린 작게 2단구조로 되어 있다. 고려의 변상도는 화면 전체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연스러운 선묘를 구사하다가 구성이 복잡해지고 도안화되는 게 특징. 무신난 전후가 분수령이다. 충렬왕 무렵 전성기를 맞고 그 이후 패턴화하는 경향이 생긴다. 선이 뻣뻣하고 자주 끊기며, 부처와 보살의 경우 얼굴 윤곽선 안에 이목구비를 붙인 것처럼 도식화한다. 14세기 말에 이르면 설법도 부분이 넓어지고 법상 아래의 보살이 설법주의 법상 위로 올라오는 등 엄격한 2단구도가 깨진다. 구름무늬도 고려때는 다양하지만 조선 초기에 이르면 밤을 깎아놓은 듯 일정한 문양으로 고정된다.
변상도는 어떻게 그렸을까. 흑석사 불상의 복장에서 나온 미완성의 법화경 그림이 힌트가 된다. 변상도가 비어있는 사경과 함께 외곽에 그림연습을 한 낱장의 변상도가 함께 출토되었다. 연구자들은 사경자가 낱장변상도를 모본으로 사경지에 옮겨 그리려다 실패하고 그냥 급한대로 함께 봉안한 것으로 추정한다. 모본을 두고 모사하는 방식이 유행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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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진은 사경을 보관하는 함과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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