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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9 18:02 수정 : 2007.08.09 20:44

정명훈의 아시아필 연주회

‘아시아 문화공동체’ 향해 진화하는 기량

지난해 8월 6년 만에 재창단 연주를 했던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올해 다시 진용을 갖추고 연주회를 열었다. 올해는 지난 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4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뒤 일본 도야마 아우바데홀과 도쿄오페라시티에서 공연할 계획이어서 단체의 출범 취지인 ‘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의 최정상 음악인들의 오케스트라’로 한발짝 더 나아가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일 연주회에서 첫 곡으로 연주한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미친 모자 장수의 티파티’ 서곡은 작품 자체가 구성이 풍부하고 관현악법이 화려하고 다채로운 곡이다. 아시아필은 이러한 곡의 특성을 십분 살려 현란한 관현악적 색채 변화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두 번째 곡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8번 사단조 작품번호 88〉에서는 깊고 풍부한 사운드와 함께 단원 전체가 40분 가까운 연주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점이 높이 살 만했다. 선율적인 흐름이 아름답고 유연했고 대위법적 진행을 잘 드러내준 악기들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 다단조 작품번호 68〉에서는 작곡가가 평생 동안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하던 심오하고 치열한 인간적 투쟁과 번민, 고통과 체념, 극복과 환희를 가슴 깊이 쏟아냈다. 개인의 기량과 단체의 호흡 그리고 지휘자의 작품 해석과 통솔력이 동시에 빛을 발하는 듯했다. 짧은 연습 기간으로 만들어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최대치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아시아필이 “미래 오케스트라의 대안이며, 아시아 유일의 문화 공동체이자, 아시아 국가들이 앞장서 음악을 통한 사랑과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자신감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아프간 인질 사태로 여름 내내 마음을 졸였던 우리에게는 이 문구가 더욱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러나 아시아필은 아직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도움 없이 오로지 인천의 지원을 얻고 있다. 단체의 존립과 생존이 전적으로 인천시의 경제적, 환경적 지원 아래 만들어지는 ‘아시아 문화 공동체’인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그 자체가 생명체여야 한다. 단원도, 지휘자도 그들의 몫을 다하고는 떠날 사람들이다. 누가 오든, 누가 가든, 스스로 생존하고 자신만의 존립당위성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의 주도 아래 만들어지는 단체가 아닌, 아시아 여러 나라가 공감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아시아 문화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왕치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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