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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9 18:08 수정 : 2007.08.09 20:43

헤이리 예술마을 4년

건물 40% 완공, 전시공간 40여곳
판매보다 예술적 실험·교육에 중점
경제성·접근성 확보되면 전망 밝아

꿈으로 시작해 4년째 모양을 갖춰가는 헤이리 예술마을. 야무진 꿈만큼 고민도 깊다. 15만평에 350채의 예술공간이 예정된 가운데 현재 130여채가 완공됐다. 전문 갤러리는 20여곳.

미술관, 박물관 등을 합치면 전시공간은 40여곳에 이른다. 인사동, 사간동, 청담동에 버금가는 갤러리 군집이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에서 출발하는 헤이리행 200번 버스는 한산했다. 연인인 듯한 남녀 한쌍이 4번 게이트에서 내렸을 뿐. 가운뎃길을 따라 8번 게이트로 올라가면서 돌아본 헤이리마을은 버스 만큼이나 한산했다. 93갤러리, 금산갤러리, 갤러리 더 차이, 갤러리샘은 마침 휴관 중이었다. 북하우스의 카페에서 마주친 김언호 한길사 사장. 애초 마을 조성에 앞장섰던 그는 “7월 일본현대미술전이 끝난 뒤라 헤이리 전모를 보기에는 적절치 않은 날”이라고 귀띔했다. 일본현대미술전은 금산갤러리를 주축으로 화랑 17곳이 참여해 다쓰노 도에코, 아오키 노에, 가즈미 나카무라 등 일본 작가 50명의 회화·조각·설치·사진·영상 작품 260여점을 전시했다. 이 전시에 참여한 한 갤러리 대표는 “일본 현대미술의 진수를 볼 좋은 기회였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3~5배의 관객이 몰려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갤러리에서 팔린 작품은 한 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곳 갤러리들은 한결같이 ‘문화의 씨를 뿌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돈을 벌려면 애초 들어오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다. 작품전시 역시 판매보다는 실험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에 비중을 둔다. 하지만 마냥 꿈을 먹고 살 수는 없는 일. 카페, 아트숍을 겸하는 등 경제적 자립을 위해 안간힘들이다. 금산갤러리(서울 종로), 아티누스(시공사), 북하우스(한길사)처럼 사업 기반이 따로 있는 곳은 행복한 경우. ‘딸기가 좋아’처럼 아예 상업 마인드로 시작한 곳도 있다. 큐레이터 체제로 일년치 전시회를 꾸리는 한향림갤러리, 미술전문 출판을 겸한 터치아트처럼 착실히 자리를 잡아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아마추어 갤러리들은 무척 고전하고 있다. 이들은 여생을 의탁하려 마을 형성 초기에 과감하게 들어온 탓에 경제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편이다.

아트팩토리는 좀 나은 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0여년 큐레이터를 지내다 2004년 이곳에 입주한 황성옥 디렉터는 갤러리 외에 아트숍에다 미술강의, 기획출판과 판매를 겸하고 있다. “이웃도 좋고 후진 미술인에게 도움이 되어 좋지만 돈을 투입해가며 버티는 실정이라 좀 지친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유브이(UV)하우스 김태종-김정희 부부. 작년 4월 창작극 전문 소극장으로 문을 열어 젊은 음악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오다가 올 3월부터 손질을 거쳐 소극장 외 전시장과 카페를 겸하고 있다. “주말공연 관객이 작년에 5명, 올해는 20명이 들어 적자가 조금씩 줄어든다. 이사 갈까도 고민했지만 살아남을지 우리의 역량을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이름 밝히지 말라는 갤러리 관계자는 세무서에 부가세 환급 신청을 했더니 막 야단을 치더라면서 갤러리가 3년쯤 됐는데도 정상화하지 못하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대관료를 받지 않는 이들은 다음 전시로 이어질 정도의 수입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바람이다.

그래도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 오디오공연장에서 최근 전시장을 겸하게 된 카메라타. 아버지 방송인 황인용씨의 부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황수정 디렉터. 실험 과정이어서 성장통이 있겠지만 비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자신이 뛰어든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신문사 편집국장 출신의 리앤박 갤러리 이광형 대표 역시 5년 정도 지나면 문화예술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문제는 콘텐츠.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콘텐츠. 음악, 무용, 회화 등 장르간 크로스오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터치아트 진영희 대표는 “공동체에 기반한 공동기획 장점을 살리고 볼만한 전시를 하면 고객은 반드시 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져 주말에만 관객이 몰리는 현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전시가 한달 단위로 이뤄져 작품의 회전이 느려 상품성 짙은 전시는 유치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입장료 수입을 위한 상업적 공간이 생기면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커뮤니티하우스 사무국 윤성택 과장은 “이곳 건물은 60% 이상을 문화공간으로 할애하도록 규정돼 있어 주인이 바뀌어도 마을의 성격은 대체로 유지된다”며 “가치 있는 첫 실험인 만큼 애정을 가지고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헤이리의 갤러리군이 의미 못지않게 미술시장에서도 일정한 몫을 해낼 것인가?

돌아오는 버스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단거리 승객을 위해 굽이굽이 돌면서 합정까지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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