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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네티 강박증>(위), 작품명 <점박이 무늬 강박증>(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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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연두색 점박이 강아지, 그리고 이 빨강 점박이 스누피는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란 사람의 작품입니다. 구사마 야요이는 한마지로 직업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방미인'인 문화인입니다. 전위예술가면서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퍼포면서도 합니다. 특징이 점박이 무늬를 좋아하는 것인데, 베니스비엔날레에 일본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작품 제목은? 맨 앞이 <네트 강박증>, 빨강 점찍힌 스누피는 <점박이 무늬 강박증>이라고 합니다. 아래 작품도 같은 작가의 것으로 <마카로니 강아지.음식강박증>이라고 하네요. 그 옆으로는 스누피 무늬를 새긴 크리스탈로 꾸민 샹들리에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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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마카로니 강아지.음식강박증>(왼쪽), 크리스탈로 꾸민 샹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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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스누피가 그려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제 사진에선 죄송하게도 보이질 않네요. 스누피로 뭘 만들어보라고 하면 아마 아주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는 수준의 아이디어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예술이란 누가 만들었냐, 그게 가장 중요한 거죠. 이 샹델리에를 만든 업체는, 크리스탈 업계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 프랑스의 바까라란 회사입니다. 정확한 제목은 <바까라 스누피 샹들리에 24등>인데, 공식 설명을 빌어오면 "시대를 초월하여 <피너츠>(스누피가 나오는 만화 제목)가 선사한 행복의 메시지를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수천만원대라고만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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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유명인>(맨 위), 작품명 <문 워커>(가운데), 작품명 <스누피의 자연>(맨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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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의 식 주>(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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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구멍 벽 앞에 놓은 빨강 방석집 위의 스누피들입니다. 스누피 특유의 귀여움이 팍팍 묻어나옵니다. 책에서 만나는 진짜 그림 스누피는 무척이나 철학적이어서 귀여움 보다도 애늙음같은 느낌이 강한데, 이렇게 오브제화, 캐릭터화, 팬시화된 스누피들은 정말 귀여운 것이 스누피의 특징 같습니다. 만화 <피너츠>속 스누피는 항상 집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누피가 `폐쇄공포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지붕위가 사실은 모서리여서 현실적으로는 개가 올라가서 누워있기가 불가능하지요. 실제 올라갈 수 있다고 해도 뾰족해서 편할리도 없구요. 그래서 대신 작가가 편안하고 아름다우며, 올라가 퍼질러 있기 좋은 개집을 만들어 본 것입니다. 저 빨강색은 `사랑'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작품 제목은 <콩 주머니>와 <강아지 방석>, 작가는 디자인 회사 `클라인 앤 다이섬' 입니다. 영상을 이용한 설치작품도 잠시 구경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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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위의 작품(오른쪽 작품)은 어떠세요? 그냥 보기엔 아주 특징 없지요? 제가 봐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작가 이름을 보니 다시 주목하게 되네요. 역시 이름값이란 무섭습니다. 별것 아닌데도 이름을 듣고 나면 달라 보이곤 하니 말입니다. 저 작품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반 시게루란 사람 것입니다. 반 시게루는 엔지오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건축가인데, 아주 유명하답니다. 종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표작도 그래서 <종이 교회>입니다. 현재 프랑스 메스에 신퐁피두센터를 짓는데, 이걸 이 사람이 설계합니다. 이번 내놓은 작품은 스누피용 집 3채 입니다. 저 집은 <종이집>이고, 그 뒤에 보이는 것이 작품 <나무집>, 그리고 사진에는 안나오는 <벽돌집>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그 집들에서 따온 것입니다. 작가는 이 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 작품 모티브를 따와 스누피가 가장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보았답니다. 그러면 돌발 퀴즈! "벽돌집, 나무집, 종이집 가운데 가장 안전한 집은?" 정답은, 눈치채셨겠지만 `종이집'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종이집 사진을 올렸겠지요? 왜 종이집이냐구요? 가볍고, 조립이 간단한 종이집이 지진에 가장 강하답니다. 왠 지진이냐구요? 작가 일본 사람이잖아요.^^ 일본은 지진이 가장 무서운거, 아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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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사진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본 <피너츠> 캐릭터들을 위한 옷입니다. 각 캐릭터들에게 어울리는 옷들을 헌정한 셈입니다. 맨 윗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루시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 곰 모양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토끼옷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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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은밀한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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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전시회 보여주다가 갑자기 왜 야한 란제리냐구요? 저것들도 작품입니다. 둘 다 유명 속옷메이커인 `트라이엄프' 제품인데, 자세히 보시면 스누피 무늬로 수놓았습니다. 아래 슬립은 전시장에서 팔기도 합니다. 위의 고쟁이 작품의 정식 제목은 <나만의 은밀한 사치>라고 합니다. `스누피 빤스'보다는 훨씬 우아한 제목이네요. 정확한 공식 설명을 소개하자면, "아름다운 속옷을 입으면 기분 또한 특별해집니다. 사뭇 진지하게 베토벤의 음악을 지휘하는 스누피, 마가렛꽃과 악보를 모티브로 클래식 음악을 연상시키는 다지안에 섬세한 망사 자수 레이스로 표현했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역시 꿈보다 해몽입니다. 말들도 참 잘 만들어내는 것, 그게 현대미술의 관건이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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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눈여겨 볼 것 까지는 아니지만 교양상식 차원에서 한번 봐두시면 좋을 작품이 바로 이 위에 있는 스누피전등갓 되겠습니다. 이 전등갓은 한 업체서 만든 것인데 소재와 형식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종이를 뭐라고 하나요? `한지'라고 하지요. 그럼 한국 토종 소는요? 당연히 `한우'입니다. 그러면 일본 종이와 일본 소는? 일본 소는 화우(和牛), 일본말로는 와큐라고 하고, 일본 종이는 화지(和紙), 일본말로는 와시라고 합니다. 우리가 우리 한지를 최고의 종이라고 자부심을 갖듯이, 일본도 그렇습니다. 화지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와큐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우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 이상이면 이상이지 그 이하는 아닐겁니다.) 이 화지로 만든 스누피 등입니다. 정확한 종이 이름은 `미노' 전통지입니다. 이 `미노 화지'는 나고야 부근 기후현 미노라는 곳에서 납니다. 일본 사람들이 1300년 전통을 지녔다고 내세우는 종이죠. 그리고 저 종이를 이용한 전등은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데, 원래는 일본 전통 종이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20세기 디자인사에 길이 남은 걸작이었습니다. 그걸 응용해 스누피 모양으로 한 것입니다. 자국의 문화 아이콘을 늘 되풀이하듯 강조하면서 그 권위를 이용하고 이어가는 것, 여기서도 일본 디자인의 강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 스누피 향수, 그리고 스누피 도자기(아래) 등도 눈길을 끄는 디자인 상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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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전시회는 거의 끝나갑니다. 그런데 정작 끝부분이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인기 높은 순서더군요. 전시회 마지막에는 각종 스누피 캐릭터들을 전시해놓고 관람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전문적 용어로 포장하면 `관객 참여형 전시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코너가 가장 인기 높고, 또 유명합니다. 얼마전 텔레비전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의 두 주인공이 여기서 알콩달콩 만나는 것을 찍었거든요. 투수 찰리 브라운과 대결하고 있는 저 어린이 타자는, 저희 집 아들내미랍니다. 제가 이 전시회를 가족나들이나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추천한 것은 우선 참여형 전시회 특유의 재미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진찍기도 좋구요. 다른 전시회들과 달리 촬영을 막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대미술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 그리고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를 따라다니는 것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회란 점도 있습니다. 실제 미술은 별거 아닐 수록 우리가 즐기기 좋고 그런 것들이 더 좋은 평을 받아 걸작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주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람료가 1만원(어른)인 점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더운 여름, 도심 속에서 한 두시간 잠시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고 싶다면 이런 전시회들을 추천합니다. 참, 상업적이고 가벼운 것이 싫으시다면 피하시길. 이 전시회는 상업적이고 가볍자고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게 매력이랍니다. 그리고 하나 더! 사진으로 보면 스누피 작품들이 좀 이상하시죠? 현장에서 실제로 보면 훨씬 귀엽습니다. 문의: (02) 464-4266 가격: 일반 10,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언제까지? 9월16일까지. * 아래 블로그에서 작품 이미지를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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