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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국내 초연
합창단 등 2백여명 45분간 연주
아내 이수자씨·딸 ‘감격의 눈물’
관객들 열렬한 환호로 귀환 반겨
‘상처입은 용’의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가 20년 만에 고국의 품에서 힘차게 울려퍼졌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1917~1995) 선생이 “우리 민족에게 바치는 절절한 호소와 충정을” 담은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가 국내 최초로 20일 오후 8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펼쳐졌다.
곽승(60·재미 지휘자)씨의 지휘와 부산시립교향악단과 부산시 3개 연합 합창단으로 이뤄진 230여명의 대규모 연주단, 솔로이스트들이 “장엄하여라 백두산 억센 줄기/ 삼천리를 내리 뻗어/ 수려한 내 나라는 동방의 금관…(정련)”을 시작으로, “북을 쳐라 바다여 춤춰라/ 오 영광의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통일이여!(정희성)”를 마지막으로 45분간의 민족 서사시를 노래하자 1~3층을 메운 1500여명의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용의 귀환’을 반겼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이후 40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윤 선생의 부인 이수자씨는 연주회가 끝나자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앞으로 나가 지휘자와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 박재규(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송기인(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백기완, 심재륜(전 국회의원), 나중식(경성대 총장), 김동수(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부산대표), 조선우(동아대 교수)씨 등 내빈들도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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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이상 선생이 자신처럼 군사 독재 정권에 박해받던 국내 문학가들의 작품들을 골라 작곡한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가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40년 만에 한국 땅에서 초연됐다. 사진은 이날 공연 리허설 장면. 부산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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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곽승씨는 “통일을 염원하는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게 돼 영광이다”며 “이런 자리가 조금씩 통일로 되어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주회의 총제작기획을 맡은 차재근 한울림합창단 단장은 “고 윤이상 선생님이 이 칸타타를 작곡하면서 한국에서 초연되기를 바랐는데 20년 만에 꿈이 이뤄졌다”며 “이 작품에 선생님의 음악적 명예회복 작업의 핵심이 있는 만큼 더 이상 이데올로기나 정치적인 왜곡 없이 선생님의 음악혼과 정신이 한국음악의 대표 브랜드로 세계에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감격해했다. 고 윤이상의 탄생 90돌을 기념해 한국 초연된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는 군사독재 정권에 박해받던 시인 김남주, 문익환, 고은, 백기완 등의 민족시 11편을 골라 ‘민족의 역사’ ‘현실 1’ ‘현실 2’ ‘미래’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눠 제목 그대로 민족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만든 대곡이다. 생전에 그는 이 곡을 지으면서 “언젠가 한 번은 민족을 위한,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안겨질 곡을 쓰고 싶었다. 이 곡은 나의 양심에서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온 곡이다. 이것으로서 <광주여 영원히!>와 함께 나는 작곡가로서 우리 민족에게 바치는 나의 절절한 호소와 충정을 표시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87년 평양 초연 직후 “이 곡의 초연은 남한에서 하는 게 이상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윤이상평화재단은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를 2008년 광주와 서울 순회연주에 이어 평양에서 남북합동 또는 단독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2007 윤이상 페스티벌’은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지난 16일부터 11월10일까지 서울과 부산, 평양, 독일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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