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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터키국립극장 <살로메> /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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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뮤게 규르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자 그의 목을 요구한 여인 살로메.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그녀를 무대 위에 춤추게 했다. 그 아름답고도 섬뜩한 춤이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한국 무대를 찾은 터키 국립극장의 <살로메>(10월10일~10월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만나 춤, 그 너머에 웅크리고 있는 인간의 탐욕스런 본능을 자극한다. 심오하고 날카로운 재해석의 손길이 번뜩이는 작품, 터키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인 뮤게 규르만(Müge Gürman)의 이야기엔 숨막히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살로메’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오랜 세월 이 여인을 주제로 한 숱한 예술 작품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는 작가의 생애가 투영된 작품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작가의 비극적인 삶을 돌아보면, 자기 고백적인 내면이 반영된 이야기라는 점에도 수긍이 갑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는 어떤 작품이며,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살로메>의 주제는 매우 보편적인 인간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오스카 와일드의 인생을 반영하죠. 그렇지만 보다 인간의 본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변치 않는 정치적 문제들… 이것들은 현재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그의 작품들 중 하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보고 만지고 사용하는 아름다움, 파괴하거나 파괴당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아름다움, 고차원적인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면 삶의 신비함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말은 제가 가진 관점의 핵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시대 뿐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도 부각시키는 말이죠. 이 작품에서 제가 매력을 느낀 것은 그의 접근방법, 시적인 깊이, 그리고 첫눈에는 무대화하기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지만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소위 그가 말하는 ‘순수한’ 연극,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점들은 불확실성과 신비로움을 가지고 상상력의 범주를 최대한 넓히게 합니다. ‘매력’은 살로메가 사용하는 가장 주된 단어인데, 이것은 이 연극의 핵심뿐 아니라 이 연극을 향한 우리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살로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다른 이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만 눈이 멀어있습니다. 고집스럽고 탐욕스러운 그들의 외침은 공허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계속되는 복수를 불러와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비극이 되고 맙니다. 비록 이 희곡은 100년이 훨씬 지난 과거에 씌어졌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본성의 은밀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들은 아무도 다른 이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탐욕에만 매달립니다. 지금의 세상과 같죠. 제가 이 작품에서 생각하는 또 다른 주제가 일종의 현혹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탐욕스런 열정, 왕권, 정치, 음모 등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라는 인물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싶으신가요? 사랑을 얻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의 목을 얻고자하는 그녀를 진정 ‘악녀’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녀에게서는 젊음과 병듦, 순진함과 타락함이 같은 색상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흰색입니다. 살로메는 어떤 때는 디오니소스의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차가운 달빛, 무색을 반영합니다. 이 모든 형용사는 상황이 얼마나 급변할지, 심리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보여줍니다. 보들레르는 살로메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타락의 번뜩임’. 살로메에게서 우리는 한 십대 소녀가 점점 눈멀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사로잡힌 괴물이 되어갑니다. 이오카난을 만났을 때 그녀의 의식은 다시 눈멀고, 그에게 거절당하자 그를 죽여서라도 자기 것으로 가지려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제대로 가는 방향일까요? 아니면 그녀는 중개자로서 정치적 술수의 희생양일까요? (전 요즈음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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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터키국립극장 <살로메> /한겨레 블로그 soolsool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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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n Theatre Review 2007.10 한국연극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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