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2 01:14
수정 : 2008.01.12 16:20
미리 만나본 뮤지컬 ‘위윌락유’
퀸 대표곡 24곡에 이야기 입혀
라이브 록콘서트장 분위기 연출
다음달 2~24일까지 한국공연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이 울려퍼지며 막이 내렸지만 박수 소리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막이 올라가고 무대의 초대형 모니터에 자막이 떠올랐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원하십니까?” 객석에서는 “예스”라는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나왔다. 주인공 갈릴레오 피가로를 맡은 리카르도 알폰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해 ‘보헤미안 랩소디’의 첫소절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엄마, 전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이어 여주인공 스카라무시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한 명씩 무대 위로 걸어나오며 같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합창하자 객석에선 형광막대들이 물결쳤다.
다음달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위윌락유〉를 미리 만나보기 위해 지난 8일 찾아간 런던 웨스트엔드의 도미니언극장은 뮤지컬극장이 아니라 열기가 가득찬 라이브 록콘서트장이었다. ‘라디오 가가’ ‘섬바디 투 러브’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 ‘돈 스톱 미 나우’ 등 영국이 낳은 대표적 록그룹 퀸의 히트곡들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하며 따라불렀다.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인 옥스포드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헬렌 베네트(25)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만족해했다.
그룹 퀸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위윌락유〉는 지금으로부터 300년 뒤 미래세계를 무대로 한다. 글로벌소프트라는 그룹이 세상을 지배하며 음악과 악기를 금지하며 모든 사람들을 억압하고 획일화시키자 주인공 갈릴레오가 저항세력과 힘을 합쳐 전설 속 악기와 록음악을 찾아 사람들의 정신을 해방시킨다는 내용이다.
〈위윌락유〉는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 에이즈로 죽고, 베이스기타 존 디콘이 은퇴해 그룹 활동이 중단된 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자신들의 대표곡 24곡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극본과 연출은 텔레비전 드라마 〈미스터 빈〉을 쓴 작가 벤 엘튼이 맡았다. 2002년 바로 이곳 도미니언극장 초연에서 성공해 7년째 장기 공연하고 있는 장수 히트뮤지컬이 됐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5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그룹 퀸이 워낙 광범위한 인기를 누린 덕분에 관객들은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다. 현지에서 만난 공연관계자 헤나 새프런은 “28~35살 연령층들이 많지만 퀸을 접하지 못했을 10대와 퀸 음악을 즐겨들었던 세대인 50대 이상 중장년층도 끊임없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공연을 지켜본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위윌락유〉의 매력은 잘 알려진 노래로 만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멜로디에 대한 부담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과 전설적인 퀸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잘 어울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 투어에 나선 〈위윌락유〉는 다음달 2일부터 24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팬들과 처음으로 만난다. 〈위윌락유〉는 앞서 국내에서 인기를 누린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에 견주면 이야기가 빈약한 편이고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평도 듣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퀸의 노래가 그 어떤 그룹들보다도 사랑받았고, 이 노래들을 라이브로 감상하는 〈위윌락유〉만의 강한 매력이 분명해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런던/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룸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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